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훈 Mar 31. 2018

그 이후 나는 아무런 꿈도 꿀 수 없었다

- 방훈

그 이후 나는 아무런 꿈도 꿀 수 없었다
- 방훈

.
.
.
.
.
그가 나에게 제안을 했다
돈은 어느 정도 줄테니 당신의 꿈을 팔라고
그 때에는
나는 몹시 가난했고
며칠 동안 굶었기에
돈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그가 제안한 돈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훗날 다시 돈을 벌어
그에게 판 꿈을 다시 사리라고 생각하고
그에게 나의 꿈을 팔았다

시간이 얼마 지나고
부자는 아니더라도
밥은 굶지 않았기에
나는 그에게 내가 판 꿈을 사러갔다
그 때 판 금액의 두 배 정도의 금액이라면
다시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는 몰라보게 부자가 되어 있었다
그는 나의 말에 그냥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꿈은 팔 수 없다고 하였다
나는 매달리다시피 하여
그에게 간절하게 꿈을 팔기를 요구했다

그는 나에게 꿈을 파는 금액을 말하였다
나는 내 귀를 의심하였다
내가 판 금액의 몇천배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 금액은 내가 평생 벌어도 벌 수 없는 금액이었다

도리어 그는 나에게
꿈을 다시 사려는 꿈을 팔라고 제안했다
그가 제안한 금액은
내가 꿈을 다시 살려고 한 금액의
정확히 열배가 되는 금액이었다

그것은 나에게 달콤한 유혹이었다
그 돈이라며
그 동안 사지 못했던
내가 필요로 했던 것을 살 수 있기에

나는 그를 찾아가
내가 판 꿈을 다시 사기는커녕
내가 아직도 여리게 꿈꾸고 있던
꿈의 잔영까지도 그에게 팔고 말았다

그 이후
나는
아무런 꿈도 꿀 수 없었다


꿈의 넝마시장
미카엘 엔데



나는 오늘 세상의 끝에 있는 꿈의 넝마시장에 갔다
그곳엔 모든 것이 있었다
쓰다버린 물건
망가진 물건
중고품과 고물이 된 꿈의 도구들
좀 구멍투성이의 양탄자
때려 부순 성상 별
열쇠가 없고 썩은 공중누각들
한 때 사랑을 받았으나 이젠 머리가 떨어져나간 인형들
이 모든 잡동사니 속에서 뜻밖에 나는 우리들의 사랑인
아름다운 꿈을 발견하였다
그 황금빛은 흐려지고 모습도 훼손되어 있었다
그래도 그것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나는 그것을 당신에게 되돌려주고 싶어서
창백한 사내에게 값을 물었다
그는 이 빠진 웃음에 헛기침을 하며
턱도 없이 높은 값을 불렀다
그 꿈은 그만한 가치가 충분했지만 나는 계속 값을 깎았다
그러나 사내는 완강하게 깎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꿈을 되살 수 없었다
그 후 나는 잘 지내지 못하며 더 이상 부자도 못 되고 있다
이렇게 마음이 공허한 적은 내겐 일찍이 없었다
그 꿈은 팔린 것일까
그 꿈이 어떻게 그곳까지 갔을까



미카엘 엔데

독일의 작가로서 주요작품으로는 《모모》 《끝없는 이야기》 《짐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등이 있다. 1929년 독일 남부 알프스 산 아래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에서 초현실주의 화가 에드가 엔데의 아들로 태어났다. 뮌헨의 연극학교를 졸업한 후 배우, 극작가, 연출가, 비평가로서 다양하게 활동하였다. 1960년 《짐크노프와 기관사 루카스》, 1974년 동화소설 《모모》를 발표하여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1979년에 발표한 청소년 소설 《끝없는 이야기》도 전세계 언어로 번역되어 나갔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을 겨냥한 이 소설은 환상소설의 붐과 더불어 모험소설에서 문화비판, 문학과 예술에 대한 사색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영역의 작품 내용에 근거한다. 어린이와 어른을 동시에 사로잡는 환상적인 작품으로 전세계에 수천만의 독자를 가진 엔데에 대해 세계의 언론들은 동화와 환상소설을 통해 금전과 시간의 노예가 된 현대인을 고발한 철학자로 평가하였다. 1995년에 사망하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쁨은 기쁨대로, 슬픔은 슬픔대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