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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Mar 11. 2018

길 위에서 길을 잃다

- 방훈

길 위에서 길을 잃다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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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도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길 위에서 그가 나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이 길은 어디로 가는 길이요”


나는 그를 쳐다보면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도 길을 걷고 있었지만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몰랐기 때문에…,


나는 길 위에서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내가 걷고 있는 길은 

이미 길이 아니었습니다. 

하나의 미궁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어디에도 이정표나 비상구는 없었고, 

내 곁에서 머물던 사람들도 

이미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내 옆에서 길을 묻던 그도 

어느 사이엔가 볼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은 빙글빙글 돌고 어지러웠습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세상의 현기증에 

이미 모든 기운을 빼앗기고 있었습니다. 


얼마가 지났는지 모릅니다. 

어느 사이엔가 

내 곁으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도대체 이 길은 어디로 가는 거야?”


길을 가던 그들은 

나를 싸늘하게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나에게 한마디를 내뱉으면서 

길을 떠났습니다. 


“그 누구도 모르오. 

아마도 자기의 마음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요.”


나는 그들의 말에 더욱 어지러워졌습니다. 

내 마음으로 가는 길이라고,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데, 


다시 어둠이 내리는 지금 

또 지나가던 사람들이 없어졌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모두들 허상으로 

이 세상에 왔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질 뿐입니다.

이 거대한 삶의 감옥에서 

나는 길 위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도시에서 

나는 길을 잃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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