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훈
길 위에서 길을 잃다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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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도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길 위에서 그가 나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이 길은 어디로 가는 길이요”
나는 그를 쳐다보면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도 길을 걷고 있었지만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몰랐기 때문에…,
나는 길 위에서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내가 걷고 있는 길은
이미 길이 아니었습니다.
하나의 미궁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어디에도 이정표나 비상구는 없었고,
내 곁에서 머물던 사람들도
이미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내 옆에서 길을 묻던 그도
어느 사이엔가 볼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은 빙글빙글 돌고 어지러웠습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세상의 현기증에
이미 모든 기운을 빼앗기고 있었습니다.
얼마가 지났는지 모릅니다.
어느 사이엔가
내 곁으로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도대체 이 길은 어디로 가는 거야?”
길을 가던 그들은
나를 싸늘하게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나에게 한마디를 내뱉으면서
길을 떠났습니다.
“그 누구도 모르오.
아마도 자기의 마음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요.”
나는 그들의 말에 더욱 어지러워졌습니다.
내 마음으로 가는 길이라고,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데,
다시 어둠이 내리는 지금
또 지나가던 사람들이 없어졌습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모두들 허상으로
이 세상에 왔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질 뿐입니다.
이 거대한 삶의 감옥에서
나는 길 위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도시에서
나는 길을 잃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