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훈
이제 이것으로 끝이리라
- 방훈
차마 말하지 못했다
너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나는 뒤돌아섰다
바람이 분다
한순간 썩은 고목나무 쓰러지듯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그렇게
간절하게 말하고 싶었는데
말하지 못했다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말 못하고 돌아선
나는 고통스럽다
고통스럽다 못해 가슴을 잘라내고 싶다
이제 이것으로 끝이리라
오늘 너에게 말 못한 것은
이제 다시는
너에게 말하지 못하리
내 마음속에서
너에게 전하지 못한
언어들은
퇴색되어가는 세월 속에서
화석처럼 죽어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