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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Apr 05. 2018

1984, 그 겨울의 하루

- 방훈

1984, 그 겨울의 하루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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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해야 하지만 그래도 포기 못하는 아비는 어디에서 돈을 마련하였는지 차비를 구해왔다. 마지막 날, 행여 아들이 포기할라 아비는 아들을 따라나선다. 아비와 아들은 차비만 달랑 들고 먼 지방의 한 대학을 향했다. 그 날, 눈은 왜 그리도 많이 내리는지? 아비와 아들의 걷는 발걸음마다 너무 위태로워 쓰러질 것만 같았다.  


불안과 증오와 실망으로 가득 찼던 1984년 겨울의 하루는 그렇게 저물었다.


돌아오는 길에 덜커덩거리는 기차 안에서 아비는 눈물을 삼키고 있었지만 철모르는 아들놈은 증오를 키우고 있었다. 아비와 아들은 하루 종일 먹은 것이 없었기에 삶은 계란으로 요기를 하지만 아비와 아들은 목구멍에서 걸려 목만 메어올 뿐이다. 가도 가도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은 비둘기호 완행열차는 힘든 육신을 이끌고 아직도 먼 서울역을 향하여 가고 있었다. 아비와 아들은 한마디의 말도 나누지 않은 채 침묵을 적재하고 완행열차와 함께 달리고 있었다. 아비는 침묵을 깨기 위하여 혼잣말처럼 아들에게 말을 걸었지만 아들은 대답이 없었다. 아비의 말이 그 깊은 침묵을 깨지는 못했다. 밖에는 한참 전에 어둠이 내렸는데도 눈으로 인하여 온통 하얗다 기차의 바퀴가 평행선을 달리듯 아비와 아들의 마음도 평행선을 달렸다. 


아비와 아들은 1984년 겨울, 그 눈이 많이 내리던 날을 평생 잊지 못하리라. 아비에게는 죄의식으로, 아들에게는 세상의 아픈 기억으로 그렇게 평생 남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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