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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Apr 07. 2018

오늘도 안개 속에서 살고 있지

- 방훈 

오늘도 안개 속에서 살고 있지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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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안개가, 회색의 짙은 안개가 

내 주변을 

점령했었지 

안개 너머로 푸른 바다와 햇살 한 줌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안개의 마을을 벗어날 수는 없었지 


푸른 바다와 햇살 한 줌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들은 

문득 나타났다가 신기루 같이 사라지거나 

때로는  

내 손에서 빠져 나와 흩어지던 

습기 한 점 없는 모래처럼

그렇게 내 곁에는 머물지 못했었지  


그래도, 

힘든 삶을 지탱하게 해 준 것은 

푸른 바다와 햇살 한 줌이 아니라  

늘 곁에 머물던 

안개였었지 


돌이켜보면 

내 진정한 친구는

푸른 바다와 햇살 한 줌이 아니라  

안개였어 


비록 내 존재조차도 희미하게 만들고 

삶을 안개 속에 가두었지만 

난 안개 속에서 

무럭무럭 자랄 수 있었지 


안개 덕분에 

지금도 

푸른 바다와 햇살 한 줌에 대한 

꿈을 

아직까지도  

미련스럽게 가지고 있을 수 있었지 


오늘도 나는 안개 속에서 

푸른 바다와 햇살 한 줌을 꿈꾸면서 

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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