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안개 속에서 살고 있지

- 방훈

by 방훈

오늘도 안개 속에서 살고 있지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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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안개가, 회색의 짙은 안개가

내 주변을

점령했었지

안개 너머로 푸른 바다와 햇살 한 줌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안개의 마을을 벗어날 수는 없었지


푸른 바다와 햇살 한 줌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들은

문득 나타났다가 신기루 같이 사라지거나

때로는

내 손에서 빠져 나와 흩어지던

습기 한 점 없는 모래처럼

그렇게 내 곁에는 머물지 못했었지


그래도,

힘든 삶을 지탱하게 해 준 것은

푸른 바다와 햇살 한 줌이 아니라

늘 곁에 머물던

안개였었지


돌이켜보면

내 진정한 친구는

푸른 바다와 햇살 한 줌이 아니라

안개였어


비록 내 존재조차도 희미하게 만들고

삶을 안개 속에 가두었지만

난 안개 속에서

무럭무럭 자랄 수 있었지


안개 덕분에

지금도

푸른 바다와 햇살 한 줌에 대한

꿈을

아직까지도

미련스럽게 가지고 있을 수 있었지


오늘도 나는 안개 속에서

푸른 바다와 햇살 한 줌을 꿈꾸면서

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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