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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Apr 10. 2018

동행

- 방훈 

동행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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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에 친구 둘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둘은 어느 한 목적지를 가기 위해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길을 가다 첫 번째 갈림길이 나왔습니다

서로들 자기가 가리키는 길이 맞다고 

말다툼을 하다가 

둘은 서로 싸우고 

결국에는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둘이 가다가 막상 혼자 걷게 되니까

외로웠습니다

밤길이 되면 무서웠습니다 

말동무가 없어지니 심심했습니다

감기라도 걸려 오한이 일 때면 

다른 길을 간 친구가 그리웠습니다 

길은 아직도 멀었습니다

길을 가는 도중에 다른 길을 간 친구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둘은 쑥스러웠지만 화해를 하고 

다시는 다투지 않기로 약속을 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한동안은 매우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길을 가다 또 다른 갈림길이 나타났습니다 

둘은 서로 양보하기로 하였지만 

이번엔 전보다 더 심한 견해 차이를 보였습니다 

한 사람은 지도가 가리키는 길이 이 쪽이라고 하고

한 사람은 전에 자기가 이곳에 와 본적이 있어 다른 길이 맞다고 

그 갈림길 앞에서 

둘은 전보다 더 심하게 다투었습니다 

결국 그 둘은 또 다시 헤어졌습니다 

서로를 증오하면서 

다시는 서로 만나지 않으리라고 맹세까지 하면서 

서로 다른 길을 갔습니다

어쩌다 우연히 마주쳐도 서로 못 본 척 하고 

그대로 지나쳐 버리고

어떤 때는 서로가 서로를 비방하였습니다 

고생 고생하면서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둘이 힘을 합쳐 

서로 싸우지 않고 

조금만 양보를 하면서 

길을 왔었더라면 

서로 헤어져 온 것보다는 훨씬 빨리 왔었을 텐데 

서로가 가슴속에 품고 있는 

조그마한 자만심 때문에 

조그마한 불신 때문에 

그 둘은 어렵게 쓸쓸하게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나이도 먹어 이제는 흰머리가 많이 늘었습니다 

둘은 약간의 시간 차이를 두고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결국 둘은 목적지에서 만났습니다 

서로 감정의 앙금들이 그 때까지 남아 있었기에 

서먹서먹했습니다 

이제 목적지에서 할 일을 마쳤기에 

왔던 길을 돌아가야 합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둘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들의 눈빛은 증오와 결별의 감정은 어디론가 사라진 

부드러운 눈빛이었습니다 

둘은 같이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그 어떤 맹세나 약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오는 길을 마칠 때까지 

그 둘은 헤어지지도 다투지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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