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 지대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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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하지만 갈 수 없는 섬
건너야 하지만 건널 수 없는 섬
이방인의 침략과 살상으로 이루어진 섬
숱한 사람들의 피눈물이 아로 새겨져 있는 섬
숱한 아픔과 슬픔으로 이루어진
섬
살상의 그림자가
저녁노을의 긴 꼬리처럼 짙게 드리운 섬
크레모아와 M - 16이 광란의 춤을 추는 섬
곳곳마다 음흉한 흉계를 꾸미는 섬
155마일 녹슨 철조망에 둘러싸인 섬
차압당한 슬픈 청춘들이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몸부림치면서 갇혀 있는 섬
고통에 일그러진
섬
총칼의 상흔이 머무는 섬
죽은 사람의 사무친 눈물이
江이 되어 흐르는 섬
살아있는 이를 피 말리게 하는
모순이 장마 진 이후 江처럼 흐르는 섬
수많은 꽃들을 지게 한, 지게 할
섬
비무장지대이면서도 무장한 섬
우리가 추방당한 섬
아직도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하는
황무지인 우리의 섬
섬
갈라진
북녘과 남녘 사이
하나의 다리로서 존재하는 섬
노예의 언어와 반란의 언어 사이에 존재하는 섬
종속과 해방 사이에 존재하는
섬
결국
우리가 우리 가슴속에서 솟구치는 뜨거운 피로
내 부모 내 형제를 겨누게 하는
증오의 무기를 녹여
보습 하나 만들어
아름다운 풀꽃하나 피울 수 있는 연장으로 만들고
차갑게 얼어붙은 가슴과 가슴을 녹여서
섬과 섬을 녹여서
다시 찾아야만 하는
섬
가야 하지만 갈 수 없는 섬
건너야 하지만 건널 수 없는 섬
하지만
가야만 되는
건너야만 되는
섬
끝내
갈라진 섬과 섬 사이에서
다리가 되어야 하는 섬
우리들의 희망과 절망이 교차되어
닫힌 섬, 열린 섬
우리의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