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 지대

by 방훈

비무장 지대

- 방훈

.

.

.

.

.

가야 하지만 갈 수 없는 섬

건너야 하지만 건널 수 없는 섬

이방인의 침략과 살상으로 이루어진 섬

숱한 사람들의 피눈물이 아로 새겨져 있는 섬

숱한 아픔과 슬픔으로 이루어진


살상의 그림자가

저녁노을의 긴 꼬리처럼 짙게 드리운 섬

크레모아와 M - 16이 광란의 춤을 추는 섬

곳곳마다 음흉한 흉계를 꾸미는 섬

155마일 녹슨 철조망에 둘러싸인 섬

차압당한 슬픈 청춘들이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몸부림치면서 갇혀 있는 섬

고통에 일그러진


총칼의 상흔이 머무는 섬

죽은 사람의 사무친 눈물이

江이 되어 흐르는 섬

살아있는 이를 피 말리게 하는

모순이 장마 진 이후 江처럼 흐르는 섬

수많은 꽃들을 지게 한, 지게 할


비무장지대이면서도 무장한 섬

우리가 추방당한 섬

아직도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하는

황무지인 우리의 섬


갈라진

북녘과 남녘 사이

하나의 다리로서 존재하는 섬

노예의 언어와 반란의 언어 사이에 존재하는 섬

종속과 해방 사이에 존재하는


결국

우리가 우리 가슴속에서 솟구치는 뜨거운 피로

내 부모 내 형제를 겨누게 하는

증오의 무기를 녹여

보습 하나 만들어

아름다운 풀꽃하나 피울 수 있는 연장으로 만들고

차갑게 얼어붙은 가슴과 가슴을 녹여서

섬과 섬을 녹여서

다시 찾아야만 하는


가야 하지만 갈 수 없는 섬

건너야 하지만 건널 수 없는 섬

하지만

가야만 되는

건너야만 되는


끝내

갈라진 섬과 섬 사이에서

다리가 되어야 하는 섬

우리들의 희망과 절망이 교차되어

닫힌 섬, 열린 섬

우리의


summer-673690.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