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초상

by 방훈

우리들의 초상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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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끝에 자리한

폐광촌은 언제나 무채색(無彩色)이었다

그곳에 사는 우리들은 늘 피곤했거늘

폐광의 막장에서

무기력한 삽질로 희망의 석탄을 캐려했지만

번번이 불이 지펴지지도 않는

좌절의 언어를

한 움큼씩 가슴에 선적했다


그해 그 겨울

이기주의라는 독을 품은 우리들은

남에 대하여 무관심으로 일관했고

곤핍한 나날 속에서

우리들의 노래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더욱 피폐해진 영혼들은

폐쇄된 갱 속에 갇혀버렸다


그 어둠과 추위에서

우리들은 몸부림쳤다

살기 위하여,

살아남기 위하여…


우리들의 허술한 월동준비는

이 가난한 계절에

고난의 절벽 끝에 매달려 신음해야만 했고

저마다 고슴도치가 되어

표독한 독침을 가다듬어야 했다


우리들의 닫힌 마음으로

세상의 모든 물상들을

갇히게 한다


서울의 끝에 자리한 폐광촌에

북극에서 불어온

살을 베는

바람이 분다

춥다

가슴까지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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