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지구에서

by 방훈

수몰지구에서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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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면 소리 없이 언 땅에 눕고

바람이 그치면 소리 없이 일어서던

풀잎들이

푸른 물속으로 가라앉을 때

설화의 마을

몇 편의 이야기만을 남긴 채

마을은 수몰된다


그 때

어디선가 새 한 마리 江으로 날아 와 추락한다

언 날개 파닥이며

익사한 언어를 건지려 했을 때

절망감에

부끄러움에

빈 들녘에 허수아비로 서 있고

몇 겹의 어둠의 장막을 치고

스스로

수몰되어 가고 있다


우리 가슴 속에 살아있는

얼마 되지 않는 언어들을 위하여

물결 위로 햇살이 저항한다

다 가라앉아도 가라앉지 않을

그것들을 위하여

어둠의 심해아래에서

새가 날아오른다


수몰지구에서

불면으로 시달리던

긴 어둠으로 포위당한

江속의 어둠에서

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죽음을 꿈꾼다


저녁에서 새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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