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지구에서
- 방훈
.
.
.
.
.
바람 불면 소리 없이 언 땅에 눕고
바람이 그치면 소리 없이 일어서던
풀잎들이
푸른 물속으로 가라앉을 때
설화의 마을
몇 편의 이야기만을 남긴 채
마을은 수몰된다
그 때
어디선가 새 한 마리 江으로 날아 와 추락한다
언 날개 파닥이며
익사한 언어를 건지려 했을 때
난
절망감에
부끄러움에
빈 들녘에 허수아비로 서 있고
몇 겹의 어둠의 장막을 치고
스스로
수몰되어 가고 있다
우리 가슴 속에 살아있는
얼마 되지 않는 언어들을 위하여
물결 위로 햇살이 저항한다
다 가라앉아도 가라앉지 않을
그것들을 위하여
어둠의 심해아래에서
새가 날아오른다
수몰지구에서
불면으로 시달리던
긴 어둠으로 포위당한
江속의 어둠에서
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죽음을 꿈꾼다
저녁에서 새벽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