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훈
어떤 봄날, 언덕을 오르다가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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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봄날, 언덕을 오르다가
문득
그 언덕에 선다
대보에서 구만으로 오르는 언덕
그 중턱에 핀 이름 모를
꽃들
언젠가 폭풍 심하던 날
생계(生計)를 위해
자그마한 무동력선 목선을 타고 나가
구만 앞바다에서 실종된 중년부부의 넋이
구천을 떠돌다가
이 이름 모를 꽃에 머무른 것일까
얼마 전
돌도 안 지난 피붙이 사내아이를 버리고
알코올중독자인 남편을 버리고
야반도주한
철부지 어머니의
서러운 그리움이 배어있는 것일까
바다바람에 흔들리는
저 꽃들은
왜 저리 서러운 것일까
작년에 봄을 기다리다
결국은 봄도 오기 전
이름 모를 병으로
가을국화처럼 시들어 버린
시골지서에서 사환을 하던
소녀의 서러운 혼일까
남들은 불륜이라고 손가락질 했지만
사랑 때문에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한
도시에서 돌아온 그녀의
서러운 눈물일까
바다바람에 흔들리는
저 꽃들은 왜 저리 서러운 것일까
어떤 봄날, 언덕을 오르다가
나는 이름 모를 꽃들을 보았고
바다를 보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연들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