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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May 12. 2018

어떤 봄날, 언덕을 오르다가

- 방훈 

어떤 봄날, 언덕을 오르다가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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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봄날, 언덕을 오르다가 

문득 

그 언덕에 선다


대보에서 구만으로 오르는 언덕 

그 중턱에 핀 이름 모를 

꽃들


언젠가 폭풍 심하던 날 

생계(生計)를 위해 

자그마한 무동력선 목선을 타고 나가 

구만 앞바다에서 실종된 중년부부의 넋이 

구천을 떠돌다가 

이 이름 모를 꽃에 머무른 것일까


얼마 전 

돌도 안 지난 피붙이 사내아이를 버리고 

알코올중독자인 남편을 버리고 

야반도주한

철부지 어머니의 

서러운 그리움이 배어있는 것일까


바다바람에 흔들리는 

저 꽃들은 

왜 저리 서러운 것일까


작년에 봄을 기다리다 

결국은 봄도 오기 전 

이름 모를 병으로 

가을국화처럼 시들어 버린

시골지서에서 사환을 하던  

소녀의 서러운 혼일까


남들은 불륜이라고 손가락질 했지만 

사랑 때문에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한

도시에서 돌아온 그녀의 

서러운 눈물일까 


바다바람에 흔들리는 

저 꽃들은 왜 저리 서러운 것일까


어떤 봄날, 언덕을 오르다가

나는 이름 모를 꽃들을 보았고 

바다를 보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연들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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