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 우리들의 종점에서

- 방훈

by 방훈

종점, 우리들의 종점에서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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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위에

어둠을 채색한

나날들


미친바람이 울부짖는

오후


가슴이 엷은 사람들은

밖으로 나와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꼬리를 길게 늘어트리면서

어디론가 떠나가고 있다


계속되어온 가뭄 때문에

이 땅의 대지는

습기 한 점 없이 말라버려

부서지고 부서지는 가루가 되어

바람 따라 이리저리 날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흙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미친바람에

날리는 한 줌의 먼지인양

사람들은

떠돌고, 흩어지는

앞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선택받은 몇몇 그들에게만

내일이 있을 뿐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하늘도

새도

꽃도 없다

우리에게서

모든 것들이

다 말라 비틀어져

저 허공으로

증발해 버리고 있다


종점,

우리들의 종점이다

모든 것들이 다 부서져 내린 시대

그래도 종점은

다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여린 희망으로

우리들의 종점(終點)에서

오늘을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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