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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May 16. 2018

종점, 우리들의 종점에서

- 방훈 

종점, 우리들의 종점에서 

- 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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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위에 

어둠을 채색한 

나날들 


미친바람이 울부짖는 

오후 


가슴이 엷은 사람들은 

밖으로 나와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꼬리를 길게 늘어트리면서 

어디론가 떠나가고 있다 


계속되어온 가뭄 때문에 

이 땅의 대지는 

습기 한 점 없이 말라버려 

부서지고 부서지는 가루가 되어 

바람 따라 이리저리 날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흙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미친바람에 

날리는 한 줌의 먼지인양 

사람들은 

떠돌고, 흩어지는 

앞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선택받은 몇몇 그들에게만 

내일이 있을 뿐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하늘도 

새도

꽃도 없다 

우리에게서 

모든 것들이 

다 말라 비틀어져 

저 허공으로 

증발해 버리고 있다 


종점, 

우리들의 종점이다 

모든 것들이 다 부서져 내린 시대    

그래도 종점은 

다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여린 희망으로

우리들의 종점(終點)에서  

오늘을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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