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훈
1980년, 어머니의 가계
- 방훈
나는 알고 있었다
이웃집에 혼자 사는 노파의 젖가슴처럼
메마른 수도꼭지에서는
오늘밤에도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나 차마 말할 수는 없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애타게 수도꼭지에서 물만 나오기를 기다리는
어머니에게는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결국 어머니는 날도 밝기 전에
멀리 떨어진 공동우물에 가서
물을 길어 올 것이라는 것을……
그것이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될 것이라는 것을……
차마 그 물을 가지고는
세수를 할 수 없었다
눈곱을 떼어 내며 학교로 향했다
체육시간이 끝난 후
물을 마시며, 세수를 하며
여기저기 잠그지 않아
철철 넘기는 수돗물을 보며
산 24번지의 사람들을 생각한다
수도꼭지에서 물만 나오기를 기다리는
가난한 사람들을……
오늘도 물을 기다릴 것이다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물을……
1980년, 산 24번지
모두들 밤을 꼬박 새워가며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일용할 양식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