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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Sep 17. 2018

1980년, 어머니의 가계

- 방훈

1980년, 어머니의 가계


- 방훈





나는 알고 있었다


이웃집에 혼자 사는 노파의 젖가슴처럼


메마른 수도꼭지에서는


오늘밤에도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나 차마 말할 수는 없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애타게 수도꼭지에서 물만 나오기를 기다리는


어머니에게는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결국 어머니는 날도 밝기 전에


멀리 떨어진 공동우물에 가서


물을 길어 올 것이라는 것을……


그것이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될 것이라는 것을……



차마 그 물을 가지고는


세수를 할 수 없었다


눈곱을 떼어 내며 학교로 향했다


체육시간이 끝난 후


물을 마시며, 세수를 하며


여기저기 잠그지 않아


철철 넘기는 수돗물을 보며


산 24번지의 사람들을 생각한다



수도꼭지에서 물만 나오기를 기다리는


가난한 사람들을……


오늘도 물을 기다릴 것이다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물을……


1980년, 산 24번지


모두들 밤을 꼬박 새워가며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일용할 양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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