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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Dec 22. 2018

기형도의 시를 읽으며

- 방훈

기형도의 시를 읽으며 

- 방훈 



빈집이라는 

기형도의 시를 읽는다

의지와 관계없이 

때때로 젖은 발에 찾아오는 

삶의 절망과 우울이

자아를 상실하게 하고 

오늘도 

텅 빈 세상에 나를 서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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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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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ggoHBxj4L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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