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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Dec 24. 2018

자화상

- 방훈


자화상
- 방훈



언제였던가
나는 나를 잃어버렸어 

그날은 기나긴 밤이었어
세상은 밤안개로 가득하였고
공포에 질린 밤이었어 

그렇지만 나는 실상
그날 밤에 대하여 아무것도 알 수 없어
공포에 질린 내 신음소리와
그것들이 새긴 마음의 상처들이
내지르는 비명소리에
그 기나긴 밤을 하얗게 새우면서
머리도 하얗게 비워져버렸어  

이유도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러  
내가 잃어버린 나는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을까?

나는 내 것이 아니었어
지금의 나는 
우화(羽化)를 마친
매미의 껍데기처럼 안이 텅텅 비어있어
잃어버린 그날 밤
그날 밤만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나도 잃어버린 것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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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0MJvkbW85Y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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