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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Dec 27. 2018

바람은 바다로 향하고 있다

- 방훈


바람은 바다로 향하고 있다
- 방훈 






먼 여행으로 지치고 피곤했던 
바람의 휴식이 이제 끝났다

머물지 않았을 때 
바람의 의미가 있듯이
그의 휴식은 언제나 짧은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긴 여행으로 지쳤는지
다시 시작한 출발에서는 
축 쳐진 깃발을 나부끼게 할 힘은 없어 보였다

그래도 바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친 날개를 보듬고 
떠나가야만 했다 

바람은 
나무와 나무 사이
집과 집 사이를 빠져나오면서
더 이상 자신에게 힘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바람의 영혼은 슬픔으로 가득 찼다
이제 자신이 
소멸의 문 앞에 서 있고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았다

세상은 이제 방금 곁에 있었던 
바람에 대하여 관심을 주지 않았다
새롭게 불어올 바람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질뿐
지금까지 깃발을 나부끼게 했던
바람의 존재를 망각했다

그래도 바람은 최선을 다해 
자신의 마지막 기운까지도 다하여
겨울, 알몸으로 서 있는 나무를 어루만지고
머나먼 여행 떠나는 철새의 지친 날개를 보듬고
슬픔 가득한 사람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자신의 길을 갔다  

소멸의 문 앞에서도
바람은 온 힘을 다하여 
자신이 태어난 곳,   
바다로 향한다

바람은 바다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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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zamzpyUnZ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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