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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훈 Dec 27. 2018

돌지 않는 풍차

- 방훈


돌지 않는 풍차
- 방훈 




나는 여행자, 
오늘도 길을 걷고 있어
여행을 하다보면 
길이 나에게 가끔 질문을 하곤 해
그 길의 물음에 때때로 답하고 싶었지만
어떤 말을 해야하는지 몰랐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오늘 하루도 길을 걸었어
길을 걷다보니 길과 친해졌어
길은 나에게 이렇게 물었어

“어디로 가고 있어,
너의 길은 어떤 길이야,
그 길 끝에서 무엇이 있어?”

그러나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어
그 물음에 대한 답을 몰랐거든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어
길을 걷지만
제 자리에서 계속 도는 풍차처럼
그 자리에서 맴돌았어
걷고는 있지만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떤 길인지
그 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어

오래전서부터 여행자가 되어
새로운 길을 찾았지만
같은 자리를 맴돌뿐, 새로운 길을 찾지는 못했어
길을 걷다 추위가 찾아오면 추위를 피할뿐
따듯한 지방으로 가는 길을 몰랐어
비가 오면 비를 피하고
안개가 덮으면 길을 멈추었지
그냥, 그 길에서 멈추었다 다시 걸을 뿐이었어
여행자라면서 여행을 한 것은 아니었어
그 자리를 걷고 있었을 뿐이었어
내 인생은 그렇게 흘러갔던 거야

어느 날, 나는 그 동안 보지 않으려 했던
내 마음을 보았어
혼란으로 가득한 마음에는
내가 있지는 않았어

이제 나는 왜 길을 걷는 지도 모르겠어
그래도 오늘도 길을 걷고 있어
제 자리에서 도는 풍차처럼
걸어도, 걸어도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어

그래도 멈출 수는 없어
멈춘다면 아마도
돌기를 멈춘 풍차처럼 될 것 같아서
그래서 오늘도 걷고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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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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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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