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훈 Sep 13. 2019

겨울, 비오는 용산역의 풍경

- 빙훈


겨울, 비오는 용산역의 풍경
- 빙훈



내 몸무게보다 무거워진
젖은 그림자가
내 등을 누른다

강을 건너 
용산역에 도착했을 때
아직 젖지 못한 자들을 위해
비는
줄창 내리고 내리고 있었다

떠나야 하지만 떠나지 못한 자들은
아픈 후회들만 남긴채
하나둘 비속으로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거만한 자
마른 자들은
젖지 않으려 어디론가
서둘러 분주히 달려가고 있고

역의 한 귀퉁이에서
과일을 파는 늙은 노파는
비에 젖어
어둠이 깊어진 강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무관심을 잔뜩 머금은
불투명 유리속의
시계는
子正

나는 어디로 갈까

고단한 내 육신은
어둠에 고삐 매어
몸부림치면서
세상에 의하여 어디론가 끌려간다

어둠은
늘 그렇듯이
음흉한 이빨을 드러내며 흐드러지게
웃고 있었다





.
.
.
.
.
.
https://www.youtube.com/watch?v=qi53JgAR7fg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그때서야 알 수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