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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운둥빠 Mar 05. 2021

정도(程度)가 지나치면 정도(正道)를 잃는다

과유불급(過猶不及)


과유불급(過猶不及)
정도(程度)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 정도(程度)'를 생각하다 보니 ' 정도(正道)'가 생각났다. 너무 과하게 욕심을 내다보면 바른 방향이 아닌 길로 가게 된다. 올해 김승호 회장님의 『돈의 속성』을 읽고 굉장한 쇼크를 받았다. 내가 정도(正道)를 가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아내는 두 번이나 유산을 했다. 사우디에서 한 번, 작년 겨울에 한 번. 두 번 모두 나는 회사 일 때문에 아내와 뱃속의 셋째와 넷째를 지키지 못했다. 내 시간의 통제권을 가져와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떻게든 빨리 경제적 자유를 달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급했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돈을 빨리 불려야겠다는 마음이 급했다. 총자산 100억 원을 만들어야겠다는 막연한 목표도 세웠다. 순자산도 아니고 총자산 100억 원이라고 설정했으니 나에게는 빚을 내서라도 100억 원이라는 자산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주식은 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라는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코스피 지수가 떨어져야 내가 보유한 상품의 가격이 올라가 돈을 버는 구조였다. 상반기에 코로나가 심각하게 퍼지면서 코스피 지수가 폭락했다. 조금 회복했을 때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 

코로나가 심각하고 실물경기가 좋지 않으니 
세계 증시는 다시 떨어질 거야.


인버스에 내 그릇이 감당하기에 큰돈을 투기했다. 그 후로 코스피 지수는 물론 세계 증시는 계속 올랐다. 나는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코스피 인버스의 손실을 회복하려고 미국 다우지수 인버스에도 투자했기 때문이다. 환율까지 엄청 떨어져서 손실은 배가 됐다.

부동산도 잘못된 선택을 했다. 규제지역에 분양권을 하나 보유한 상태에서 제대로 공부하지도 않고 비규제 지역의 분양권을 하나 더 매수했다. 갑자기 6.17 대책이 터지며 내가 분양권을 계약한 비규제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중도금 대출이 안 나오게 되었다. 분양권 2개 중에 한 개만 처분 서약을 하고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규제지역이라 소유권 이전 등기 시까지 전매도 금지였다.


심각한 문제였다. 나는 레버리지를 활용해서 투자를 하려고 했는데 레버리지 활용을 못 하게 된 것이다. 수중에 수 억 원이라는 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 당연히 대출을 받아서 중도금을 내려는 계산이었다. 근데 갑자기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며 대출이 안 나오게 됐다. 계약을 날릴 수도 없었다. 계약을 파기하면 또 수천만 원이 날아가게 되는 상황이었다. 몇 주를 잠을 못 잔 건지 모르겠다. 날을 새가며 공부하고 이리저리 방법을 알아봤다. 대안이 없었다.


이 타이밍에 『돈의 속성』을 읽었다.

이런 곳에 나는 투자 안 한다. 
누군가 죽거나 상하거나 망해야 돈을 버는 사업
내 자산 안에 슬픈 돈이나 불행에 기초한 돈을 함께 넣어놓고 싶지 않다.


김승호 회장님께서 『돈의 속성』에 적어 놓으신 말씀이다. 나는 정확하게 이것과 반대로 하고 있었다. 인버스라는 상품에 투자해 놓으니 마음속에서 부정적인 생각만 하게 되었다. 코로나가 더 퍼져야 한다. 사망자가 더 나와야 한다. 그래야 내가 돈을 버니까.


부동산 투자도 부동산이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망각했다. 부동산 가격이 미친 듯이 오르는 상황이었으니 어떻게든 아무거나 빨리 오르는 곳을 사서 빨리 시세차익을 얻고 팔 생각만 했다. 마음이 너무 급했다. 제대로 공부하고 알아봤다면 절대 사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부동산을 투자하는 목적, 그것을 통해 이 사회에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정도(正道)를 가는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근데 내 성향과 맞지 않는 방향으로 '투기'를 했다. 투자가 아니었다. 그건 투기다. 정도(程度)가 지나치다 보니 정도(正道)를 가지 못했다. 그런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마음속의 독기였다. 그 독이 나를 잡아먹었다. 반성했다. 성찰하고 또 성찰했다.


아무리 봐도 이건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돈의 속성』, 『생각의 비밀』과 같은 책을 씹어 먹을 듯이 읽었다. 김승호 회장님에 빙의되어 생각하고 고민했다. 내가 가려는 바른 길이란 무엇인가. 내가 이 투자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사회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 나도 돈을 벌 수 있는 투자란 무엇일까.


아직도 명쾌한 답을 찾지는 못한 것 같다. 공부가 더 필요하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남이 고통받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통해 돈을 벌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도(程度)가 지나치면 정도(正道)를 잃는다.


다른 사람들은 부디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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