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자' 할 때 나가자!
우물쭈물 하다가는 시기를 놓치고 그러다가는 결국 다시 제자리. 약도 먹고 상담도 하고 있었지만 상태가 안 좋았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어쩜 그렇게 밖으로 못 나갔을까....'싶다. 지금은 어떡해서는 나가기 위해서 스케쥴을 쫘-악 펼쳐놓듯이 요일별로 넣어놨는데 그 당시에는 하루에 몰아넣었다. 중간에 1-2시간 가량 시간이 생기면 집에 가지 않고 카페라도 갔었다. 집에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못하니깐. 나가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렇게 주 1회 외출을 하면 다음 외출 때까지 2주가 걸리기도 하고 1주가 걸리기도 한다. 병원은 가야하니깐.. 병원 가느라 나가는거다.
그런데 지금은?
하루는 피아노 레슨, 골프
하루는 정신건강의학과, 골프
하루는 심리상담, 골프
하루는 성당봉사
주4일은 기본으로 나가니 햇볕도 쬐이고 많이 걷게 되기도 하니 좋다. 그런데 이게 힘들 때가 있다. 얼마전처럼.
우울증 9년차쯤 되면 내 상태를 내가 컨트롤 할 수 있게 되는데 '아... 조심해야 할 시기가 온다...'라는 상태를 감지할 수 있게 되다보니 '놓지말고 버텨보자'라며 몸을 질질 끌면서라도 나가려고 한다.
그리고 나갈 수 밖에 없는 스케줄 아닌가. (골프는 좀 빼먹었다. 필수 사항은 아니니깐....)
오늘도 그렇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나갈거야. 스타벅스가서 책 에세이 쓰고, 일도 하고, 연습장 갈거야.' 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었던거다. 다 준비하고 시계를 보니 9시 20분. '너무 이른데?' 라고 생각하다가 '1시간 있다가 나갈까? 하고 앉는 순간 나 또 못 나가겠지? 앉지 말고 나가자'하고 썬글라스 딱 쓰고 나와버렸다.
어찌나 기특하던지.
걸어서 스타벅스 도착하니 9시 50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생크림 카스테라를 주문하고 노트북 켜 놓고 에세이 쓰고난 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11시 25분.
세상 뿌듯한 순간이다.
그렇지만 방심하면 안 된다. 이런 컨디션이 며칠을 갈지는 나도 모른다.
자기 전에 약을 먹으면서 필요시 약을 추가해서 먹었더니 잠도 잘 잤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침 약을 먹었더니 비실거리며 좀 졸다가 나와야 할 정도로 잠을 부르는 약들이지만 그거라도 먹고 이정도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우울증 약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내 기분으로 되돌려주는 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양재진 원장 형제의 유튜브 짤을 봤음).
그렇다면 나라는 사람은 내 기억 속의 내가 맞나보다. 무한 긍정에 무작정 밝은 사람.
약 없이 되돌아갈거야. 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약이 있기 때문에 그때의 내가 될 수도 있어 라는 기대를 더 갖고 있다. 희망이라고 해야 하나?
여튼, 오늘은 기분이 좋다.
그리고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록 조심하려 한다는 것은 좀 슬프다. 온전히 '좋음'을 느끼지 못하는 듯 하니.
ps.
조심하려는 것은, 이렇게 기분이 좋다가 갑자기 훅- 컨디션이 떨어지면 난 또 힘들어지거든요... 그래서 평균을 잘 유지해야 합니다. 이것은 오로지 내 노력으로 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