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이 정도만 유지되면 좋겠다.

욕심일까?

by Bwriter



오전에 글 두개 쓰고 일도 끝내고 골프 레슨도 받고서는 땀을 뻘뻘 흘리며 집에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는데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얘가 이렇게 자주 전화하는 친구가 아닌데 계속 내가 신경쓰인다며 잔소리를 시작하는데 그게 싫지 않다.


요근래에 내가 약을 털어 넣는 자해를 하고서는 전화해달라고 속상하다고 했더니 계속 신경이 쓰이나보다.


뭔가 거창한 화사함 보다는 순간순간의 화사함과 화창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평균만 유지하면 좋겠다고. 올 여름 주구장창 비가 온다고 하니 더 걱정이라고.


멀쩡한 사람도 날이 흐리거나 비가 연타로 오면 울쩍해지고 가라 앉는데 너는 어떻겠냐며 걱정한다.


그러면서 둘이 이런말을 했다. 순간의 행복을 위한 생각을 해보자고. 이번에 김동률 새 음악 나왔는데 좋다며, 우리가 대학때 김동률의 노래를 들으며 좋아했던 그때의 모습만 생각해봐도 미소가 띠어지지 않냐며.


그렇게 둘이 조잘거리며 집까지 왔는데 걸어오는 길이 심심하지 않아서, 잔소리를 가장한 수다를 떨어서 이런 친구가 있어서. 그래서 오늘은 지속인 즐거움이 있는 날이다.





아, 통증의학과 진료가 있는 날인데 진료 끝내고 망설임 없이 버스를 타고 스타벅스에 온 것도 좋다. 이거는 기특함이 더 크다. 조금만 망설였다면 난 집에서 남편 기다리고 있었겠지.


스벅에 사람이 별로 없는 것 마저 좋다. 우울증이 이렇게 유지되는 기간이 하루씩만 길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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