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같은 우울증
날이 흐리면 흐린대로
맑으면 맑은대로
비오면 비오는대로
그렇게 살던 내가
흐린 날씨에 간혹 축 쳐지던 내가
이제는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면
나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만큼 감정이 이상해진다.
지난달 며칠씩 비가 내리던 날
이럴바엔 죽는게 낫지 싶을만큼 어쩔 줄 몰라하다가
'며칠 뒤면 병원 갈 수 있어. 버티면 돼. 버티면 돼...'
병원 가기 전날 밤에는
내일 병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잠을 못 잘 정도로 기다렸다.
그때 그렇게 힘겹게 보냈더니 이제는 두렵다.
날씨가 흐리면 며칠이나 이어질까...
비는 얼마나 내릴까...
나한테 비상약은 얼마나 있나...
난 어떻게 지내야 하나...
올해 장마가 대단할 거라는 소문에
내 걱정이 되어서 전화한 친구에게
"나도 내가 걱정돼. 근데 어쩌겠어. 약 잘 먹고 지내야지 뭐."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 뿐이다.
비상약 잘 챙겨놓고
비상시에 약을 잘 먹고.
그래야지 뭐.
오늘만해도 날씨를 몇 번째 검색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두근두근하다.
이걸 스트레스 받으면서 버티느니
약을 먹자.
약 먹는 걸 미루는
미련한 짓은 하지 말자.
아...
정말 거지같은 병이야, 우울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