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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writer Aug 08. 2023

노부부가 치매였다.




어제는 아빠와 함께 고대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목 디스크 치료를 받는 중이라 수술을 시도하기 전에 일단은 시술을 해보기로 했기 때문에 3주마다 병원에 가는 중이다.


어제가 두 번째로 주사를 맞는 날이었다.

주사를 맞기 위해 척추센터로 갔는데 지난번과 달리 환자가 많았다. 

비어있는 자리를 찾아 아빠와 나란히 앉았는데 우리 옆에 할머니와 할아버지 한분이 각각 휠체어에 앉아 계셨고 따님이 함께 계셨다. 


할아버지: 오빠는 어디갔어? 안와? 와야 가지.

딸: 아빠 오빠는 아빠 사러 갔어. 금방 올거야. 그리고 아빠 주사 맞고 가야지~


그리고 이어지는 할머니와 대화.


할머니: 우리 왜 안 가? 

딸: 아빠 주사 맞고 가야지~


노부부와 딸의 대화는 무한반복이었다.

노부부는 처음 물어보는 것처럼 했던 말을 또하고 또하고 또하셨다.


조금 있다가 오빠라는 사람이 왔다.

역시나 할아버지는 오빠에게도 반복되는 말을 했고

급기야 오빠는 약간의 언성을 높였다.


그 모습을 보고 노부부가 치매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 나여사와 같은 증상들을 보였기 때문에 나는 대화가 두번 반복되었을 때 알 수 있었다.


한 분만 치매여도 힘든데 두 분 모두가 치매이시라니...

그리고 이 두분의 치매정도라면 보호자가 상당히 힘들 시기라는 것도 알기 때문에 남같지 않은 마음으로 나여사 생각이 났다.


할머니도 그랬는데..

같은 말을 처음하는 것처럼 물어보고 물어봤지..

상냥하게 대답해주고 해주고 해주다가 짜증내기도 했었지.


그렇게 짜증을 내고나면 항상 내 어릴적이 생각나곤 했다.

'궁금한게 많던 나였는데, 내 질문에 짜증없이 다 대답해주는 할머니였는데.... 이게 뭐하는거니...'

후회하고 후회하고 후회했었다.


이 노부부를 보면서 내 할머니가 지금 다시 내 앞에 치매환자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나는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더 잘 케어할 수 있어라는 다짐과 자신감은 없었다.

똑같지 않을까...지난 시간과 똑같이 난 힘들어 하겠지..

다시 하라면 하기는 하겠지만 자신은 없다. 

상냥한 손녀로 짜증없이 할머니를 케어하리라는 자신.


똑같이 힘들고 고되겠지만

좀 더 똑똑하게 케어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해봤으니까 대처도 빠를테고

이해심도 조금은 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노부부를 케어하는 아들님과 따님을 보면서 고충이 어떨지....

고되고 힘들기도 하지만 무섭고 슬프기도 하실텐데...


뭐라 응원의 마음도 갖을 수 없었다.

그건 어떠한 응원의 말도 힘이 되어주지는 않으니깐.


그분들이 힘들 때 전화 걸 곳, 찾아갈 곳이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곳을 찾고 그곳에서 휴식을 얻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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