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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writer Aug 31. 2023

지금 나는 책을 쓰고 있다.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목적성 있는 글을 집중해서 써본 게 얼마만이지?

대학원 졸업 후 처음인 것 같은데...


논문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에세이로 책 쓰기를 하고 있지만

글을 써야 하는 목적성,

반드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통과가 되어야 한다는 절실함.


이 삼박자는 논문이나 책 쓰기나 똑같다.


수정해야 하는 원고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어떤 말로 고쳐야 명확하게 내 감정이 전달될지를 고민하다 보니

논문을 쓰던 그때가 생각났다.


논문을 쓰면 참 많은 욕을 내뱉었다.

"미친년 미친년... 논문을 왜 쓴다고 해서는..."

"아니지 아니지... 이걸 써야 박사 지원할 때 수월하지..."

"아... 그래도 이거 너무한다... 돌아버리겠다..."


밥 먹을 시간도 없었지만

뇌가 돌아가야 글을 쓸 수 있으므로

주방 가스레인지 앞에 서서 된장국에 밥을 말아 5분 만에 마셔버리고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자료 뒤지며 글을 썼다.

잠을 자야 뇌 속의 정보가 정리될 수 있기 때문에 잠도 꼬박꼬박 잤다. 

내 책상에는 논문 관련 자료가 가득했고

내가 자료를 모두 출력할 수 없어서 친구가 출력을 도와주었다.

그때 우체국 택배박스로 두 박스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꼬질한 모습 그대로 논문을 제출하러 갔던 것까지.

수정하느라 고생했던 것마저도 모두 기억난다.

논문을 쓰던 그때의 나는 '살아있는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다.

미친 듯이 바쁘고 욕이 나와도 나는 신났었다.

지금도 그렇다. 

에세이를 쓰면서 내 감정을 어디까지 표출해야 할지,

한정된 페이지에 내 이야기를 어떻게 녹여내야 하는지,

세심한 터치가 필요하다 보니 글이 조심스러워지기도 한다.

논문을 쓸 때는 반드시 한 번에 통과한다.

나에게 다음학기란 없다.라는 심정으로 썼다면

지금 쓰고 있는 책은

나에게 민폐가 되지 않도록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하자.

나를 도와주고 있는 그분들께 민폐가 되지 않도록 하자.

라는 마음으로 쓰고 있다.

마무리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10번이라고 수정하라면 수정할 수 있으니

내가 나에게든, 그분들에게든 민폐를 끼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난 지금도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너무 신나서.



2023.08.31 예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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