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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

2016.12.19 - 문득, 그냥

by Bwriter

이젠 인정한다.


그동안 말은 안 했어도 숱하게 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했었다. 설마, 지금의 내 상태에서 벗어나기 싫은건가? 이 상태 이대로 지내기를 원하는건가? 완치를 바라지 않고 있나? 지금의 환경에서 벗어나기를 원하지 않는건가? 정말, 나는 그러기를 원하는건가...?


숱하게 생각하고 생각하며 '설마...'했던 것을 이제는 인정하기로 했다. 조금 전에 혜미랑 통화하면서 인정해버렸다. '너 인정해'가 아니라 '나 그 부분에 대해서 인정해. 이젠 인정.'


혜미도 이런 내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그럴 수 밖에. 내가 누구한테도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없었으니깐.


처음 치료를 시작했을 땐 '나아지겠지. 괜찮아질거야.'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이제는 ' 약 먹으니깐 괜찮잖아.'라고 바뀌었다. 누군가는 7년, 10년씩 약을 꾸준히 먹으며 치료 받고 있다. 누군가는 1년도 안 되어 약을 끊었다. 이 둘의 삶 차이는 '약을 먹느냐, 안 먹느냐'일 뿐이다.


혜미 말대로 이제는 '편히가는 쪽'을 선택한거다. 이 부분이 아니여도 나는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고, 내 마음 속에 다스려야 할 큰 덩어리가 있다.


약에 의존하게 된...

내가 이 약 없이도 잘 수 있을까? 약 안 먹으면 못자는데...

내가 이 약 없이도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까? 못할 것 같은데...


인정. 약에 의존하게 된 것 인정. 약으로 인해 감정 조절이 되고, 약으로 인해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는데 의존 안 한다는 것도 웃기는 소리일 듯.


굳이, 이 약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지 않을 것이고

굳이, 치료를 빨리 끝내려고 노력하지 않을거다.


해보니, 마음만 더 어수선해지더라.


내가 굳이 행복해 할 필요도 즐거워해야 할 필요도 없잖아. 당신들의 걱정들 때문에 내가 괜찮은 척 할 필요도 없잖아. 그럴 수록 나는 더 어수선해지더라.


이제는 내 마음을 멀찍이 들여다보려고 한다.

진짜 내마음이 뭔지.

오늘 처럼.


인정을 하느냐, 마느냐.

받아들이느냐, 마느냐.


내 마음이지, 진짜 내 마음.



headache-1540220.jpg - 이제는 받아들이며 편안한 마음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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