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딱 그만큼만

2016.12.06 - 문득, 그냥

by Bwriter

그 어떤 삶도

원하는대로 살고

원하는대로 죽는 건 없는 것 같다.


아니, 그런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 똑같이 살아"라는 말이 나온거겠지.


만약, 생각대로 되는 삶들이었다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대로 살든 죽든 선택할 수 있었겠지. 합리적이게.


그런데 이건 그냥...

이도 저도 아닌 삶인 것 같아 무기력할 때가 있어,

내가 무용지물의 인간으로 느껴진다.


이런 삶이라면 굳이 버티고 버티며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고

또,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며

그 살아야 하는 이유가 내가 아닌 가족 또는 다른 이유들이라면 과연 그건 내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게 내 이생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고 생각해본들

결론은 '결단코 아니다' 이다.

결단코 아닌 걸 알면서도 그 이유 때문에 살 수 밖에 없다.


어차피 무용지물인 거, 내 삶이 아닌 다른 목적의 삶이 되어 살든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버텨본다.


약속했으니깐.

할머니를 흐드러지게 뿌려주던 날에

할머니한테 약속했으니깐.


할머니가 날 마중 나오는 날까지

있는 힘을 다해 나쁜 생각 하지 않고

열심히 살다가 가겠다고 약속했으니깐.


그때 꼭 할머니가 나 데리러 올거니깐.

그때가 될 때까지 잘 살아야 하니깐.


딱 그만큼만.

더 욕심내지 않고 딱 그만큼의 마음으로 잘 살아야 하는,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보고 싶어하며 좋았던 것들만 생각하게 된 지금이

덤일 수 있으니깐.


이 덤, 잘 살아야겠지.

이건 덤일수도 있는 삶이니깐.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살아 온 내 삶은

할머니를 위한 삶이 아니었나 싶다.


할머니가 없는 그 공간은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고 텅 비어있다.


일도 하고 있고

일 하면서 필요한 공부도 하고 있고

또 다른 전공을 해보려고 준비도 하고 있지만...

그래도 허전하다.

뭘로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그냥 그 모습대로 녹듯이 사라져야 하는 건 아닌지...


이 생각은 해도해도 끝이 없다.



- 사람 사는거 다 똑같지 -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랬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