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6 - 문득, 그냥
그 어떤 삶도
원하는대로 살고
원하는대로 죽는 건 없는 것 같다.
아니, 그런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 똑같이 살아"라는 말이 나온거겠지.
만약, 생각대로 되는 삶들이었다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대로 살든 죽든 선택할 수 있었겠지. 합리적이게.
그런데 이건 그냥...
이도 저도 아닌 삶인 것 같아 무기력할 때가 있어,
내가 무용지물의 인간으로 느껴진다.
이런 삶이라면 굳이 버티고 버티며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고
또,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며
그 살아야 하는 이유가 내가 아닌 가족 또는 다른 이유들이라면 과연 그건 내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게 내 이생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고 생각해본들
결론은 '결단코 아니다' 이다.
결단코 아닌 걸 알면서도 그 이유 때문에 살 수 밖에 없다.
어차피 무용지물인 거, 내 삶이 아닌 다른 목적의 삶이 되어 살든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버텨본다.
약속했으니깐.
할머니를 흐드러지게 뿌려주던 날에
할머니한테 약속했으니깐.
할머니가 날 마중 나오는 날까지
있는 힘을 다해 나쁜 생각 하지 않고
열심히 살다가 가겠다고 약속했으니깐.
그때 꼭 할머니가 나 데리러 올거니깐.
그때가 될 때까지 잘 살아야 하니깐.
딱 그만큼만.
더 욕심내지 않고 딱 그만큼의 마음으로 잘 살아야 하는,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보고 싶어하며 좋았던 것들만 생각하게 된 지금이
덤일 수 있으니깐.
이 덤, 잘 살아야겠지.
이건 덤일수도 있는 삶이니깐.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살아 온 내 삶은
할머니를 위한 삶이 아니었나 싶다.
할머니가 없는 그 공간은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고 텅 비어있다.
일도 하고 있고
일 하면서 필요한 공부도 하고 있고
또 다른 전공을 해보려고 준비도 하고 있지만...
그래도 허전하다.
뭘로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그냥 그 모습대로 녹듯이 사라져야 하는 건 아닌지...
이 생각은 해도해도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