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6 - 문득, 그냥
"잘 지냈어?"라는 인사에 꼭 "잘 지냈어"라고 인사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잘 지내지 못했어"라고 인사하면 안 되나?
"어떻게 지냈어?"라는 인사에 "그럭저럭 지냈어", "그냥 지냈어", "뭐..."라고 대답하면 안 되나? 반드시 잘 지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연락을 안 하고 지내고 싶을 때도 있고, 전화를 안 받고 싶을 때도 있고, 사람을 만나기 싫을 때도 있고, 말하기 싫을 때도 있잖아. 미친듯이 울고 싶을 때도 있고.
왜 이런건 눈치를 보게 되지?
다 싫다고 말하면 왜 농담으로, 장난으로, 재미로 듣지? 다 싫어서 싫다고 하는 건데. 다 싫다는 말도'싫다'는 감정을 듬뿍 담아서 말하면 그것도눈치보게 돼.
뭐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눈치를 봐야 하지? 이럴 때는 차라리 연락을 안 하는게 낫다 싶어서 안 하면 그게 궁금해서 또 안부를 물어오지. 참, 끝이 없다.
밝은 사람? 좋지. 그런데 그런 사람들도 침묵하며 지낼 시간을 원할 때가 있어. 그런 사람들도 침체기가 있어.
좀 내버려둬봐요.
사소한 내 감정까지 참견하지 말아요.
걱정과 관심이 참견이 되면, 도망가요.
내가 내 감정을 제일 많이 참견해서, 그래서 그게 세상 가장 힘들지. 난 어디로 도망가야 하지? 이 참견을 어떻게 그만둬야 하고 어떻게 무심해져야 하지?
살랑살랑 부드러운 봄바람이 불어올 때면, 그때가 되면 내 감정도 잠잠해지려나?
꼭 잘 지내야 할 필요는 없어.
없지,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