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6 - 문득, 그냥
'아... 병원가기 지겹다... 언제까지 가야해...'라는 생각은 날이 선선해지기 시작할 즈음 부터 했었던 것 같다. 여느때와 다름 없이 2주에 한 번씩 토요일마다 가는 병원 계단을 터벅터벅 올라가면서 "아 지겨워... 이 놈의 병우너은 언제까지 와야 하는거야..."라고 중얼거렸었다.
중얼거리면서 놀라웠다. 약이 없으면 안 되고, 약 없는데 병원 못 가게 되면 불안했었다. 병원 가는 길이 지겹다고 생각배본 적 없었고, 내가 살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하며 신나게 놀러가듯 가는 곳이었는데, 저렇게 중얼거렸다는 게 신기했다.
아무래도 나, 괜찮아지고 있나봐. 신기하다... 느닷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게...
힘들게 약을 끊으려고 하지 않았었다.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끊게 될테고 또 못 끊으면 어때? 불면증, 불안증, 우울증으로 힘들어하기 보다는 낫잖아. 단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뭐가 좋다고...'라는 생각이 뒤따르곤 했었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병원 가기를 지겨워하고 이 약을 언제까지 먹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다니.
나도 노력이라는 것을 해보고 있다. 일정한 시간에 약 먹기, 그 시간에 수면 시간을 맞추기. 저녁 10시쯤 약을 먹는데, 그 시간에 약을 안 먹어도 몸은 잠자야 한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리듬이 맞춰지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용기내어 의사쌤한테 말을 약을 줄여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동안 의사쌤은 "좋아지면 약도 줄이고~"라는 말을 종종 하셨었고 나는 그 말에 "네..."라는 힘없는 대답을 했었다. 두려워서 그렇게 힘없이 말했었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약을 늘리고 줄이고. 그러다가 어설프게 끊어도 봤었다. 어설프게 1개월 동안 약을 끊었을 때, 그때 난리가 났었다. 그 혼란스러움은 지금도 기억난다. 1주일에 한 번씩 가던 병원을 2주에 한 번씩 가고 그러다가 3주에 한 번씩 가게 되면서 약을 줄이면서 끊었는데, 다시 처음이 된 것 처럼 혼란스러움이 왔었다.
치료 받기 싫어서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래서 진심을 말하지 않았었고, 내 감정을 숨기다가 처음 병원에 갔을 때 처럼 사실은 이랬었다고 모든 것을 말했었다. 그러고서는 다시 급하게 약을 늘렸고 병원드 2주마다 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3년이 지나도록 약 용량을 늘리고 줄이고, 약 함량이 높은 것으로 바꾸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고. 그렇게 약을 계속 바꿔오면서 내가 겪어야 했던 부작용은 수면시간, 수면의 질이 좋지 않았다는 거다. 약을 늘리면 잠이 많아지고 깊게 잠들어서 아침이 힘들어지다보니 졸면서 운전하는 일도 있었다. 반면에 약을 줄이면 쉽사리 잠들 수 없었고 깊은 잠은 커녕 잠을 설치기만 하면서 그렇게 2주 가량을 보냈어야 했다. 나는 그 시간이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그 과정이 두려웠다. 나에게 맞는 약을 빨리 찾고 싶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 약을 줄여보고 싶다는 말을 내가 했다. 약을 줄이면 안정적인 수면이 안 되어서 불안하고 두려운 상태가 되지만 그래도 줄여보고 싶었다고. 의사쌤이 "그러면 반알만 줄이죠."라고 하셨다. 그리고 지난 추석때부터 난 3주에 한 번씩 병원에 가고 있다.
나, 괜찮아지고 있나보다.
이제는 용기가 조금 생겼나봐.
나, 엄청난 일을 해낸 것 같아!
희망[명사]
1. 앞일에 대하여 어떤 기대를 가지고 바람.
2. 앞으로 잘될 수 있는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