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혼자에게 (이병률)

혼자가 좋다

by Bwriter



에너지가 고갈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몸을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일이 많은 것도 아닌데 단지 생각을 많이 함으로 인해서 에너지가 고갈 될 때. 그로 인해서 예민해지고 사람 만나기 싫어지고. 그러다 우울증이 되고 우울증 고치려고 약 먹고.


이게 반복이었다. 괜찮아지는 듯 하면서도 반복 또 반복. 그러다가 상담치료 받으면서 종결까지 하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상담 받으면서 가장 많이 한 것이 '생각하기, 받아들이기, 인정하기, 해보기'였다.


상담 받았을 때, 상담 선생님이 해주시는 말씀들, 예를 들면 "포기하는게 나쁜거 아니예요. 괜찮아요. 다음에 해도 돼요. 희배씨가 희배씨한테 여유를 줘요." 라는 등의 말씀들을 해주셔도, 그 말을 내가 받아들이고 인정을 해야 '그렇게' 되는 거다.


그렇게 되기 까지는 많은 연습과 도전과 받아들임이 필요했는데, 그 과정은 누구도 도울 수 없다. 오롯하게 나 혼자서만 할 수 있는데, 이게 쉽지가 않다. 주변에서 응원해주고 위로를 해줘도 결국 내가 해내야 하는 것인데,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난, 그러한 과정들을 거치면서 '아 몰라! 될 대로 되라지! 안 되면 말어!'까지 되는 지경이 되면서 상담을 종결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이 한 것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은 것,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한 것이다. 그리고 상담 막바지에 들어서 읽은 이 책의 이 구절은 지난 시간 '그랬던' 내게 '괜찮아요.'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 당신이 혼자 있는 시간은 분명 당신을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어떻게 혼자인 당신에게 위기가 없을 수 있으며, 어떻게 그 막막함으로부터 탈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혼자 시간을 쓰고, 혼자 질문을 하고 혼자 그에 대한 답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사람을 괴롭히기 위해 다가오는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당신은 그 외로움 앞에서 의연해지기 위해서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면서 써야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목숨처럼 써야 한다. 그러면서 쓰러지기도 하고 그러면서 일어서기도 하는 반복만이 당신을 그럴듯한 사람으로 성장시킨다. 비로소 자신의 주인이 되는 과정이다. 물론 자기 안에다 주인을 '집사'로 거느리고 사는 사람이다.






혼자만의 시간이 좋다.



친구들과의 단톡방, 수다스러울 땐 엄청나게 수다스럽고 조용할 땐 무한정 조용하다. 이런 단톡방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던 상황도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단톡방을 나가고 싶었다. 그저 그 안에 있는 것이 힘들었고 그로 인해 지쳐갔다. 결국은 한계에 도달해서 양해를 구하고 나와버렸는데, 단지 단톡방에서만 나왔을 뿐인데 이렇게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될 수가!


오롯하게 혼자만 있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채팅방일 뿐인데 그 안에 있는것 만으로 답답하고 나한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이 아님에도 마냥 지쳤다.


그리고 이런 내가 이상한가? 라는 생각도 해보았는데, 이상한 것 같지 않았다. 나의 그런 행동에 동의를 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무엇 보다도 내가 그 안에 같이 있으면서 감정적으로 힘든데 어떻게 할거야? 내가 살려면 나와야지.


혼자 덩그러니 나와있는데, 왜 좋지? 왜 나쁘지 않은거야?

나는 이 부분이 이상했다. 혼자라서 좋다는 게 조금 이상했었는데, 조금 더 생각을 해보니 나는 혼자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혼자서 뭐든 할 수 있고, 시도해볼 수 있는 사람이었던 거다.


아, 밤 늦게 혼자 다니는 것은 못한다. 그래서 밤 늦게는 나가 돌아다니지를 않는다. 혼자서는 절대로. 이것 빼고는 혼자서 다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게 어색하거나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즐겁다. 뭔가, 성취해낸 느낌이랄까?


마치...내가 내 인생을 살기로 한 것 처럼?

그간 나는 내 인생을 산다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그게 아니었음을 상담치료를 통해 알게 되었었다. 그 후로 내 인생의 중심이 내가 되고 나 혼자가 되어가는 연습들을 했었고 지금도 그 과정에 있지만 이 홀로서기가 이렇게 뿌듯하고 좋을 수 있을까?


오롯하게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이 시간들이 이렇게 좋을 수 있을까? 누군가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산다는 건 너무나도 큰 기쁨이다. 좀 웃기지만, 나에겐 그렇다. 그리고 이런 내가 기특하고.


혼자인 시간을 더 알차게 쓰고 싶어진다.

더 집중해서, 나를 위해서. 내가 나를 잘 키우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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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언제든 혼자일 수 있으며 혼자더라도 당당할 수 있으니 혼자인 사람에 대해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우리가 가끔 혼자이고 싶은 것은 우리에게 분명 어딘가 도달할 점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을. 내 밑바닥의 어쭙잖은 목소리를 스스로 듣게 된다면 스스로를 객관화할 수 있다는 것을.


- '혼자 있는 시간'을 아무렇게나 쓰는 사람 말고 '혼자 있는 시간'을 잘 쓰는 사람만이 혼자의 품격을 획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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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삶을 장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인생길 위에서 누구를 마주칠 것인가 기다리지 말고,누구를 마주칠 것인지를 정하고 내 인생길 위에 그 주인공을 세워놓아야 한다.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다는 믿음이 우리를 그 사람 앞에까지 '데려다준다'. 그리고 그 믿음의 구름층은 오래 우리를 따라오면서 우리차 지쳐 있을 때 물을 뿌려주고, 우리가 바싹 말라 있을 때 습기를 가득 뿌려준다.

청춘은 이 사람을 압도해야 한다.


- 나는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행복이라는 말은, 참, 사람을 그 말의 노예로 만든다. 대신 내 몸안에서 핵분열하는 행보의 세포만 믿기로 한다. 그러니 굳이 행복을 위해 애써 하게 되는 일련의 피로한 행위들도 다 그만두자고 주문을 건다.

내 삶이 한두 가지 단어로 규정되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믿고 따르며 숨쉬는 공기 또한 나에게 한 가지 색깔을 강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바람이 통하는 상태에 나를 놓아두려 한다.

당신도 그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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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독한 혼자라서 하늘이 유난히 푸르게 보일 것이고, 음악은 저릿저릿하게 스며서 마음은 자주 너덜너덜해질 것이고, 자유는 어떤 무자비함으로도 훼손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지랄맞은 혼자인 채로 혼자가 아닌 세상 모든 이들에게 왜 당신은 혼자가 아니냐는 물음은 참을 것이다. 딱히 어떤 결과를 바라서는 아니겠지만 혼자 있을 핑계로 나는 모든 계절을 탈 것이고 좀더 잔혹하고 괴팍한 외로움을 즐길 것이다. 그러다 혼자에게 말을 걸어 괜찮냐고 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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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1 - 2021.03.21]


혼자 카페에 가는 거, 그렇게 혼자 가서 커피 마시며 책 보는거,

혼자 걷는거, 혼자 운전하는거, 혼자 집에 있는거 등등등!

집순이이면서도 혼자임을 좋아하는데

어떻게 남자친구를 만나고 있을까?

이 부분은 좀 미스터리하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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