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진단: 바뀌어버린 나의 일상]

[1부: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 속에서]

by 엉금이

5화. 발작과 낙인


응급실에서 받은 약을 먹으면 신기하게 마음이 차분해졌다. 아껴서 먹었는데도, 세 알밖에 안 남았다. 약이 없으면 또다시 공황발작을 멈추지 못할 듯한 불안감이 밀려왔다. 죄인이라도 된 듯 쭈뼛거리며 어머니께 다가갔다. 솔직하게 현재 상태를 말씀드렸다. ‘안정제도 거의 안 남았고, 다시 발작을 할까 봐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입장은 여전했다.


"병원은 절대 안 간다."


정말 아이러니한 말이다. 약을 먹으면 해결됨을 알면서 병원을 거부했다. 내가 발작하는 것보다, 내가 우울증 때문에 약을 먹는 것이 알려지게 될까 봐 더 두려웠다. 사람들이 나를 두고 '정신병자'라는 단어를 써가면서 낙인을 찍을 것만 같았다. 그 낙인이 무서워서 약을 안 먹고 버텨왔다. 게다가, 약을 먹으면 몽롱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런 나의 모습이 마치, ‘정신과 약’에 빠져서 나를 잃게 되는 것 같았다. 그때의 나는 내 몸을 돌보는 것보다, 사람들이 나를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어 낙인찍히는 것이 더 중요한 관심사였다.


어머니께서는 대구에 오신 뒤로 부랴부랴 실력 좋다는 정신과 병원을 찾아오셨다. 어머니의 노고는 인정했지만, 병원은 안 간다는 나의 기조는 여전했다. 하지만 우울증은 나의 몸과 마음 모두를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잦아지는 공황발작과 강렬한 이미지로 느껴지는 우울감이 결국 나를 굴복시켰다. 그렇게 대쪽 같던 내 기조는 무너져 갔다.


마지막 남은 한 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 짙은 안갯속에 빠져 방향조차 잡지 못하는 꼴이 되었다.


결국 버틸 도리가 없는 나는 백기를 흔들며 방에서 나와, 병원에 가서 치료받겠다고, 운을 띄웠다. 여전히 지나가는 행인도 내가 우울증인 걸 아는 듯한 눈빛이 무서웠지만. 굳게 마음먹고 나는 정신과 진료에 첫 발걸음을 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