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진단: 바뀌어버린 나의 일상]

[1부: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 속에서]

by 엉금이

6화. 기대와 현실


"안녕하세요~"


병원에 들어서자 간호사분이 날 알아보곤 인사를 건네신다. 전역 이후 약 6개월 동안 일주일 간격으로 병원 문턱이 닳도록 다니니까 날 알아보실 만하다. 치료에도 불구하고 병세가 깊어진 나는 어두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반면에 교수님은 쾌활한 성격이라 그런지, 항상 호탕한 웃음을 보이며 인사하셨다. 교수님 모습을 보곤, 사람이 저렇게 밝을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


자주 오다 보니 다른 환자들의 얼굴도 알 정도였다. 자주 보던 환자들은 하나둘씩 안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상하게도 나만 계속 매주 출석하는 기분이었다. 치료도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마치 두더지 게임처럼 증상 하나를 잡으면 다른 증상이 튀어나왔다. 내 컨디션은 롤러코스터를 탄 마냥 오르락내리락거렸다.


병원에 다닌 지 5개월째 되었을 무렵, 교수님이 한참 고민하시더니 무겁게 입을 열며 약을 고용량으로 써야겠다고 하셨다. 지지부진하던 치료에 내가 기다리던 말이었다. 불안감 및 우울감이 심했던 나는 내심 기대했다. '약을 강하게 쓰면 바로 증상이 낫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교수님은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며, 주의를 주셨다. 하지만 나는 '부작용이 있어 봤자 얼마나 심하겠어'라고 생각하며 흔쾌히 고용량의 약을 처방받았다.


부푼 기대를 하고 1주일 정도 복약했다. 기대를 저버린 채, 어지럼증과 구토를 반복했다. 약을 먹을수록 낫기는커녕 뒷걸음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몸과 약이 서로 싫어하는 듯했다. 약을 먹을 때마다 구토감에 화장실로 뛰어갔다. 그제야 느꼈다. 이게 부작용이구나. 혹 떼려다 혹 붙였다.


치료는 뒤로하고 부작용으로 시달리기만 한 나는 걱정거리가 생겼다. 치료가 되지 않는 이유가, 병원에서 사용했던 약보다 내 우울감이 더 강한 건 아닌지 두려웠다. 6개월 동안 많은 걸 참고, 치료에 전념했는데 얻은 건 부작용뿐이다.


이젠 미로에 갇힌 것 마냥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었다. 닥쳐오는 길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