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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Aug 22. 2016

막스 플랑크 <물리 철학>

The Philosophy of physics


막스 플랑크의 <물리 철학>. 종이책 번역본으로는 나온지는 20년이 넘었지만 전자책으로는 올해 초에 나왔다. 이 책을 낸 전파과학사에서 최근에 자사 종이책들을 전자책으로 변환하여 판매를 시작한 것 같은데, 얼마 전에 리디북스에서 전파과학사 할인대여전을 할 때 눈에 띄어 구매하였다. 막스 플랑크라는 이름만 보고도 가슴이 두근거려서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막스 플랑크. 현대물리학에 관련 지식이 없는 이들께는 생소한 이름일런지도 모르겠지만, 양자역학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름. 바로 양자역학의 아버지뻘이 되는 분이자 가장 중요한 상수인 '플랑크 상수'의 이름이 붙은 분이다. (물론 플랑크 상수를 예견만 했을 따름이지만)

  

이분이 막스 플랑크다.


이 책의 원제는 <The Philosophy of physics>다. 우리말 제목과 비슷하지만 뉘앙스는 조금 다른 듯하다. 좀 더 정확하게는 <물리학의 철학>이 될 것이고, 이는 물리학의 개념을 철학적으로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을 펴면 심장이 마구 뛰게 하는 사진들이 나온다. 본문에서도 곳곳에 막스 플랑크와 관련된 사진들이 나오는데 이미 현대물리학이나 핵물리학 교과서 등에서 많이 보았던 것들도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사진은 아마도 다음의 사진일 것이다.


1927년에 열린 제 5차 솔베이 컨퍼런스 기념 사진. 책에는 원래 아래 인물의 이름 설명이 없지만 인터넷에서 찾아왔다.


리디 페이퍼로 볼 땐 흑백이었고, 원래 흑백사진인데, PC로 보니 컬러 사진으로 실어놨다. 아주 유명한 사진이고, 물리학 역사상 최고의 거장들이 모인 사진이다. 1927년에 열린 제 5차 솔베이 컨퍼런스 사진인데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소름이 끼친다. 컬러로 보니 더욱 그렇다.  


아무튼 이 책은 이 사진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네 개의 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1. 물리학과 세상 철학

    2. 자연의 인과율

    3. 과학적 관념: 그 근원과 결과

    4. 학문과 신념


내용 자체는 크게 어려운 게 없다. 내가 관련분야 전공자라 그럴 수 있겠지만, 일반인들 수준에서도 크게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 양자역학 및 몇 가지 물리학 내용이 나오지만 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도 무방하겠다. 솔직히, 나도 보통 사람들의 물리학 지식 수준을 잘 모르기에 그 정도는 알 거라고 생각하는 착각을 하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막스 플랑크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양자역학이 어느 정도 정립된 시점인 1930년대에 현대물리학으로 인해 대혼돈이 벌어진 물리학계 및 일반인들에게 양자역학의 개념을 소개하기 위한 것도 있고, 고전물리학에서 현대물리학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시기에 앞으로 가져야 할 마인드 혹은 패러다임을 설명하기 위한 것도 있다.


특히 이 세계를 고전물리학을 적용하여 결정론적으로 볼 수 없고 확률적, 통계적으로 봐야 하는가 하는 부분에 중점을 둔 것 같다. 고전물리학과 현대물리학의 대립, 또는 결정론과 비결정론의 대립, 인과율 문제 등에 대하여 차근차근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 나간다.


거창하게 시작하는 듯하지만 결국은 그러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되새겨 볼만한 내용도 많았고, 정리를 잘 해주어서 상당부분을 하이라이트 쳐가며 읽었다. 


마지막으로 가면서는 과학자, 연구자들에게 하는 충고도 있다. 이러한 것은 내게 하는 얘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 책은 읽다보니 마치 강연을 듣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정말로, 이런 거장의 강연을 직접 들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만 아쉬운 점은, 전파과학사의 수준이 그러하듯 꼼꼼하지 못하고 오타가 많다. 마치 종이책을 OCR로 돌린 듯하다. 오역 문제는 원본을 못 봐서 모르겠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 같고, 가끔 문맥이 이상한 경우는 있다.


100페이지도 안 되는 짧은 내용이라 읽기에 부담도 없다. 대학생 교양도서로 읽어도 좋을 것 같고, 핵물리학이나 양자역학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에겐 거장의 이야기를 통해 이해와 동기 부여가 될 것 같다. 일반인들에게도 추천하고픈 책이다. 좀 오래되긴 했지만, 최근에 씌여진 입문자들을 위한 양자역학 해설서들보다 나은 것 같다.


p.s. 사진들은 본문에 나온 것들이지만, 솔베이회의의 물리학자들 이름 부분은 인터넷에서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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