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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04. 2022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것의 역사>

*2017년경에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은 아마존에서 원서+오더블로 구매해서 제 킨들에서 읽었습니다. 원제는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죠.


사실 저는 빌 브라이슨이라는 작가를 잘 몰랐습니다. 이름은 들어본 것 같은데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거든요. 책을 많이 썼던데 그중에 하나 정도는 그동안에 구매했을 법도 한데 말이죠. 


이 책은 처음에 '과학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과학사와는 좀 다르게, 다소 독창적인 구성으로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 순도 아니고, 분야별도 아니고... 사실 좀 왔다 갔다 하지만 우주로 시작해서 지구, 물질의 근원, 다시 지구, 생명으로... 


이건 저자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처럼 보입니다. 저자가 과학자는 아니고 기자이자 작가이기 때문에 그러한 구성이 독자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어긴 하지만 문장이 그렇게 어렵진 않습니다. 단어는 좀 어려운 게 있긴 했지만 킨들의 Word WIse 기능 덕을 좀 봤어요. 


영어로 읽어도 문장 자체는 재밌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마냥 재밌기만 한 건 아니라 작가도 그걸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인 저자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서 정리해가지 않았을까 싶네요.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잡다하게 얘기하는 것보다는 한 주제에 대해서 일관적이고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걸 더 좋아합니다. 그게 더 남는 것도 많은 것 같고요. 


역으로 말하자면, 제가 과학에 관심이 많고 글쓰기를 좋아해도 저는 절대로 이런 책은 쓰지 못할 듯합니다. 아무래도 뼛속까지 이공계인 저로선 채 한 장을 다 쓰기도 전에 수식이나 그래프를 그리고 싶어질 테니까요.


챕터별로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우리가 고등학생 때 배웠던 과목으로 구분한다면)으로 구분이 될 수 있겠지만 어쨌든 그래서 그다지 연속성은 없어 보입니다. 아, 크게 구분된 PART 별로는 구분이 가능하긴 하겠네요.


챕터 내에서는 호기심을 이끌어 내는 도입부, 그리고 본격적인 전개부, 그리고 마무리하는 결론부로 이루어져 있어서 챕터 별로 각각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각 챕터의 마무리 부분에서는 저자의 의견과 더불어, 챕터별로 뭔가 좀 생각할 거리를 주고 있어서 단순히 지식의 전달에만 그치지 않으려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책은 꽤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요. 과학에 관심이 없는 분이라도 중고등학교 과학시간, 혹은 다른 교양과학서를 통해서 들어본 내용이 많을 것 같아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18세기 이후~현재(2003년)까지의 내용들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숫자 나열하기, 아니면 뭔가 잡다하게 나열하기를 좀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것도 영어로 보려니까 (이탤릭체로 되어 있지만) 정말 눈에 안 들어오더군요. 번역본도 비슷한 점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게다가 내레이션은 주석이 있을 경우 본문에서 바로 연이어 그 주석을 읽어 주더군요.)


또한 어떠한 것들에 대해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들려주는데 시행착오에 대한 같은 것도 있고, 잘못된 주장, 어떠한 이론이 정립되기까지의 역사 등 꽤 많은 내용들이 있습니다. 아는 것도 있고, 저도 잘못 알고 있었던 것도 있었는데 암튼 저자가 아는 것도 많지만 자료도 많이 찾아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내용들이 본문 끝에 NOTE에 계속 나오네요. (이건 안 읽어봤습니다)


과학자들의 이름이 끝도 없이 나오고, 이론도 끝도 없이 나오고... 그래서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과학자들에 대해선 유명한 업적 이외에도 다방면에 업적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데 과학이 지금까지 오기까지 참 많은 사람들, 많은 천재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생각이 새삼 드네요. 


그럼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이론들이 현시점에서의 과도기적인 것, 혹은 나중에 잘못된 것으로 판명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이 책이 2003년에 나온 책이다 보니 십몇 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오류도 있고, 더 발전한 것들도 있습니다. 전체적인 맥락이야 이해될 수 있지만, 교양과학서이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들은 수정되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혹시 번역본에서는 역자의 주석으로 수정되어 있을는지는 모르겠네요.


책의 마지막 챕터는 'Good-bye'입니다. 본문 읽기 전에 이 목차를 보고 뭔가 아릿했어요. 이게 어떤 의미인가 싶어서요. 마지막 장은 '멸종'에 대한 건데요, 인간에 의해 사라져 가는 많은 것들 (생명체를 포함해서)에 대한 것입니다.


책의 가장 마지막 부분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아마도 이 책의 핵심인 것 같아요. (해석은 생략합니다. 어차피 번역본 보실 거잖아요...ㅋ)


If this book has a lesson, it is that we are awfully lucky to be here-and by “we” I mean every living thing. To attain any kind of life in this universe of ours appears to be quite an achievement. 


As humans we are doubly lucky, of course: We enjoy not only the privilege of existence but also the singular ability to appreciate it and even, in a multitude of ways, to make it better. It is a talent we have only barely begun to grasp. We have arrived at this position of eminence in a stunningly short time. 


Behaviorally modern human beings-that is, people who can speak and make art and organize complex activities-have existed for only about 0.0001 percent of Earth’s history. But surviving for even that little while has required a nearly endless string of good fortune. 


We really are at the beginning of it all. The trick, of course, is to make sure we never find the end. And that, almost certainly, will require a good deal more than lucky breaks.


사실 저도 책의 40% 정도는 재밌었지만 60%는 지루하게 느껴졌는데요, 이건 저의 관심사 때문에 그럴는지도 모르겠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관심 있는 분야와 아닌 분야를 더 분명하게 알게 됐네요. 저는 물리학과 생물학은 좋아하지만 화학은 그냥저냥, 그리고 지질학이나 고생물학, 기상학 등은 그냥 상식 수준이고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책에서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파트(거의 반 이상)에서는 지루함을 느꼈나 봅니다.


아마 오더블이 아니었다면 페이스를 유지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주말 제외하고 6일 만에 완독 한 건 출퇴근 시간 및 틈나는 대로 오더블 듣고 그걸 또 킨들로 다시 읽으면서 따라간 덕분이니까요. 좀 더 효율적이려면 들으면서 눈으로 쫓아가면서 읽는 건데, 제가 버스 안에서는 뭔가를 볼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아쉽게 됐네요. 


들을 때는 이해를 한 것 같은데 본문을 다시 보면 또 놓친 부분이 많은 것 같고, 또 듣다가 딴생각하는 경우도 많아서요. 하지만 이 정도 분량의 원서를 거진 18시간 이상에 걸쳐서 다 듣고, 다 읽은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할 만한 것 같습니다.


읽어주는 아저씨가 처음엔 발음이나 억양이 좀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적응되니까 재밌고, 친근하게 잘 읽어줘서 좋았네요. 아마존 오더블도 종종 이용하게 될 것 같아요. TTS와는 다른 신세계입니다. 다만 영어로만 있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네요. (나중에 에코닷이 오면 그걸 통해서 들으면 좋을 듯해요. ^^)


하지만 급하게 읽기보다는 차근차근히 읽어보면 더 좋을 듯해요. 전 마음이 좀 급해서 다소 급하게 읽었더니 체한 기분이 들기도 하네요. 


p.s. 그림이라도 좀 넣어주지, 정말 그림 한 장 없고, 글씨만 빽빽해서 페이지가 정말 안 넘어가서 그냥 계속 맨밥 먹는 느낌이긴 했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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