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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04. 2022

조한성 <해방 후 3년>


*2017년경에 작성한 글입니다.


조한성 저 <해방 후 3년>을 다 읽었습니다. 사실은 다 들었습니다. TTS로 듣고, 다시 본문을 훑어가며 사진들을 봤어요. 


들으면서도, 읽으면서도 참으로 안타깝고 또 울분이 생기는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1945년 8월 15일 해방 이후부터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까지. 아는 얘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모르고 있던 이야기가 더 많았습니다. 이 책은 당시 지도자급 7명의 행적을 아주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목차를 보시면 대략적인 분위기가 느껴지실 듯해요. 괄호 안의 것은 제가 적은 것입니다. 각자의 운명이 어찌 되었는가를 같이 보여주기 위해서요.

  

1. 자주적 민족국가 건설 프로젝트 - 여운형과 조선인민당 (암살됨)

2. 혁명으로 인민정부를 건립하라 - 박헌영과 조선공산당 (월북함)

3. 임정법통이냐, 단정이냐 - 송진우와 한국민주당 (암살됨)

4. 혁명을 위해 분단의 벽을 쌓다 - 김일성과 북조선공산당 (북한 주석)

5. 단정으로 권력을 꿈꾸다 - 이승만과 독촉국민회 (남한 대통령)

6. 임정법통론으로 신민주국가를 건립하라 - 김구와 한국독립당 (암살됨)

7. 좌우가 공존하는 민족통일국가를 꿈꾸다 - 김규식과 좌우합작위원회 (납북됨)

8.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도, 잘 알려진 사람도 있지만 그들 개개인의 공.과.오를 객관적인 사료들을 기반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사실 '객관적'이라는 말이 조금 모호할 수도 있는데, 참고문헌의 내용들이 설사 참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취사선택하는 것은 결국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책을 읽고 나면 이 작가가 '좌편향'돼 있는 거 아니냐는 비판을 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일성을 미화하는 것처럼 보이고, 좌익세력인 박헌영에 대해서도 그렇고, 반면 이승만과 김구를 신랄하게 비판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동안 우리가 받아온 교육 때문이겠지요. 극우 편향된 교육 하에서 그보다 왼쪽에 있는 건 모두 그리 보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신탁통치','분단','임정법통론','단독정부수립','민족통일국가','과도임시정부수립' 등 여러 쟁점을 두고 치열하게 대립하다가 또 합치고, 그렇게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모습은 지리멸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익숙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승만이 보여준 행태는 정말 치가 떨릴 정도였고, 한민당 역시 가관이었습니다. 결국 이들이 단정을 관철하여 제헌국회 의석의 2/3를 차지하고, 급조된 헌법을 만들고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는 게, 그 부끄러운 역사가 우익들이 그리도 자랑스럽게 말하는 건국의 민낯입니다.


하지만, 끝까지 민족통일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했더라면, 그것은 공산주의 국가가 되었을 가능성이 더 높았을지도 모릅니다. 이미 북한에는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선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남한에서도 여전히 사회주의, 공산주의 세력은 남아 있었으니까요. 소련의 계획대로, 한반도의 3/4은 이미 그들의 수중에 있었다고 볼 수도 있겠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공산주의의 손아귀에서 남한만이라도 지켜냈다고 해서, 그 과정이 모두 옳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몇몇 사람들 이외에, 민족통일국가를 위해 노력한 사람들은 그걸 몰랐을까요? 정녕 공산화된 조선의 모습을 바랐을까요.


저들 모두는 일제 치하에서 조선의 독립을 위해서 싸웠고, 해방 후에는 각자가 꿈꾸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 싸웠습니다. 신념이 지나쳐 (혹은 권력욕이 지나쳐) 우리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들고, 현대사의 비극을 낳았지만 그 모든 것은 어느 한 두 사람만의 책임은 아닌 것입니다. 


실제로 그 3년의 시간 동안, 너무나 많은 혼란이 있었고, 권력을 잡으려 했고, 인민들은 또 무지 속에 끌려갔고... 결국 저들 중 정치적으로 승자는 있을지언정, 모두가 실패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현재 진행형이기도 합니다.


만약 2017년 현재의 대한민국을 그대로 1945년의 상황에 대입한다고 하더라도, 아마 똑같은 것을 반복하겠지요. 그럴 수밖에 없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또 그 과정에서 혼란을 극복해내는 힘이 민주주의라 생각하니까요. 다만, 결과는 달랐으면 합니다. 반드시.


p.s. 정치적으로 아주 민감한 이슈들이 포함돼 있어서 저도 최대한 자제했습니다만, 비평, 비판을 위해서라면 적어도 제대로 된 근거에 입각해서 했으면 합니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호도하는 무리들처럼은 되지 말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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