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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고전읽기

조지 오웰 <동물농장>

by 칼란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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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경에 작성한 글입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다 읽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짧은 소설이더군요. 중편소설 분량밖에 안 되는 것 같았어요. 열린책들 판으로 읽었는데 제가 읽은 게 완역본 맞겠죠? 오죽하면, 오웰의 에세이와 작품 해설, 연보까지 실었는데도 전자책에서 200페이지가 채 안 되네요.


그래도 덕분에 금방 읽을 수 있었고, 또 주제도 명쾌했던 것 같습니다. 군더더기는 별로 없고, 스테이크로 치면 '레어'로 먹은 느낌? (저, 레어 좋아합니다. ㅎ)


사실 이 소설의 내용이야 유명하니 대략은 알고 있었죠. 하지만 각각의 동물들이 묘사하고 있는 인물들과 역사적 사실들을 나중에 해설에서 참고해서 다시 읽어보니 오웰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동물 우화라고는 하지만 현실을 그대로 동물들에 대입해서 각색해 놓은 것이죠. 읽으면서도 대충 짐작은 되었어요.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마치, 안 좋게 헤어진 첫사랑의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요. 볼셰비키 혁명부터 권력다툼, 스탈린 집권하의 정치적, 경제적 이슈들까지... 공산주의 정권의 집권과 독재화, 그리고 몰락이 예견되는 암시들. 비록 이 소설이 나폴레옹이 인간들과 협상을 하는 부분에서 끝나지만, 우리는 그 이후의 일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저는 사회민주주의에 가까운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까지도 아니고, 사회민주주의라는 다소 어정쩡한 단계의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어서 늘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꿈이 있었습니다. '사회주의'와 '민주주의'라는 두 가지 체계 모두에 대한 이상향이 있었던 거죠.

하지만 두 가지 모두 현실적으로는 참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사회주의보다 민주주의가 더 어렵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민주주의'의 반대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엘리트주의'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지대넓얕'에서 나왔던 말인 것 같습니다) 인민이 주인이 아니라 소수의 엘리트들 (독재, 군주제를 포함하여)이 권력을 갖게 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반대편에 있는 체계라는 것이죠.


그런데 그러한 엘리트주의는 대의민주제라는 명목으로 현재의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도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공산주의 국가들에서도 나타났었습니다. 어떠한 정치/경제체제 하에서든 그러한 엘리트주의가 나타나고, 그들에게 권력이 독점되어 결국 독재화되는 것은 과연 어쩔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정치에 대한 회의도 많이 들어요.


특히 공산주의의 몰락에 대해서, 소련이 체제의 모순으로 붕괴되고 (애초에 마르크스의 주장대로 고도 자본주의 사회가 아닌 소련이나 중국처럼 후진 농경국가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났다는 점이 아이러니합니다만, 그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계획경제체제와 집단농장 제도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던), 북한처럼 특정인을 신격화하여 세습체제로 만든 점이 전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이런 표현을 하는 것이 좀 애매하긴 한데, 사실 전 그렇게 왜곡되어버린 공산주의가 모든 비극을 낳았다고 생각하고 있어서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는 전체주의로 흘러갈 가능성이 더 높고, 체제 유지를 위해 독재와 폭압의 정치를 하게 될 가능성도 더 높다는 걸 보여주었죠. 자본주의와의 경쟁을 위해 애초의 이념에서 멀어지게 되었고요. 그러한 것들도 이 소설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냉전시기 전이지만 전조는 보이죠)


(저는 독재, 전체주의, 민족주의, 코뮌테른의 지시 그러한 것들도 거부합니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짧은 글로 논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고 또 관심도 많지 않으실 듯합니다. 또 정치적으로 흘러가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만, 이 작품의 주제가 그러하므로 일부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만약, <동물농장>이 3부작으로 구성되어서 여기까지의 이야기를 1부로, 소련의 붕괴까지를 2부로, 그 이후 현대까지를 3부로 구성했다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도 꽤 재밌었을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누가 비슷한 스타일로 그 이후의 글을 패러디처럼 쓴 것을 본 것 같기도 한데 그냥 느낌만 그랬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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