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경에 작성한 글입니다.
버나드 쇼는 이름과 그의 몇몇 에피소드만 알고 있을 뿐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의 대표작이라는 <피그말리온> 역시 다른 책을 읽다가 언급되어 알고 있었고,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원작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이 희곡이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쇼가 희곡 작가라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말이죠. 희곡이라 어색할 줄 알았는데 전 오히려 희곡이 더 편한가 봅니다. 술술 잘 읽혔어요.
생각보다 내용이 많지도 않고 또 재밌었습니다. 읽으면서 연극으로 공연되는 장면을 상상해 보기도 했고, 영화에선 어떻게 표현되었을까 상상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라이자는 자연스럽게(?) 오드리 헵번의 연기를 상상하게 되었네요. (이 영화는 보지 못했습니다만 그녀가 연기했던 다른 영화를 생각하면서요)
하지만 결말은 다소 의외였어요. 전 해피엔딩일 줄 알았는데... 사실 해피엔딩이라는 것도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요. 로맨틱 코미디처럼 까칠한 남자 주인공과 천한(?) 신분의 여자 주인공이 얽히고설키고 티격태격하다가 결국엔 사랑에 빠지는, 현대의 로코의 전형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게다가 묘한 삼각관계 비슷하게 설정이 돼서) 결말이 삼천포로 빠지는 듯해서 말이죠.
하지만 일라이자에겐 그것에 최선의 선택이었을 수도 있고, 히긴스에겐 자업자득일 수도 있겠죠. 피커링은 그냥 돈 많은 퇴역군인 정도로만 묘사되어 그 이상의 어떤 관계를 보기는 어려웠습니다만 선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프레디는 좀 생뚱맞은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 역시 후일담에서 나오듯 다소 풍자적인 인물로 등장한 것 같아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정상적인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합니다. 그나마 좀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은 히긴스의 어머니와 히긴스의 가정부인 피어스 부인 정도랄까요. 나머진 어떠한 군상들을 대변하고 있는 듯합니다. 풍자적인 요소도 있고요. 당시 영국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풍자적인 요소는 '영어'에 대한 것인데요, 이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이자 모티브죠. 쇼는 서문 첫머리에서도 이러한 점을 밝히고 있고, 작품 내에서도 여러 번 대사로 나옵니다.
그것의 절정은 일라이자의 말하기를 시험하기 위한 파티에서 나오는데요, 특히 네폼먹의 말들은 황당함을 자아내면서도 쇼의 의중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죠.
"영어를 정확하게 구사하는 영국 여자가 있으면 제게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영어 말하기를 제대로 배운 외국인들만이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혹시 나중에라도 이 연극이 공연된다면 보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p.s. 후일담은 나중에 추가된 것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작품과는 이질적인 느낌이 있었습니다. 쇼가 자신의 의지에 반하여 작품이 변질되는 것을 못 참고 추가했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것을 더 원했기 때문이겠죠. 또한 이 작품의 정식 판본이 영화화된 시나리오라고 하는데 제가 읽은 것 역시 그런 건 지는 모르겠습니다. 초판본이었다면 내용이 많이 달라졌을까요? (그렇지 않다고는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