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경에 작성한 글입니다.
대학생 때 <프랑켄슈타인>을 원서 페이퍼백으로 사서 읽으려고 하다가 몇 페이지 읽다 말고 포기했었습니다. 그 책은 지금도 집에 있긴 한데, 사실 책은 그리 두껍지 않았지만 별로 재미가 없었어요.
그래도 한 번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열린책들 대여 전집에 포함이 되어 있어서 읽어보았습니다.
일단 생각했던 내용과 달랐지만 이번에는 재밌게 읽었습니다. 상당히 몰입도도 있었네요.
제가 예상했던 것은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힘든 과정을 거쳐 피조물을 창조하는 데 성공하고, 그 피조물이 빅터를 따르다가 배신당하자 빅터도 죽이고 사람들도 죽이고... 하는 그런 내용이었거든요.
하지만 초반에, 생각보다 너무 쉽게 피조물을 만들어 내고, 그 피조물이 금방 도망쳐 버리고, 지능은 보통 사람을 능가하고, 그 육체적 능력도 보통 사람 이상인... 시체를 모아 만든 것 치고는 너무 완벽한(?) 존재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2부에서 피조물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그에 대한 동정심이 생겼습니다. 어찌 보면 그는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아이와 비슷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만들어질 때부터 자신은 버림받았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그렇게 금방 도망쳐 버렸겠지요.
그 피조물이 빅터에게 사랑을 받았더라면, 아니면 그 오두막에서 사람들과 잘 살 수 있었더라면 그렇게 악마가 되지는 않았을까요? 그건 모르겠어요. 한두 사람의 애정으로 그렇게 만들기엔 부족함이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그 피조물은 천성적으로 과도한 애정결핍이었고, 그로 인해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감정적인 동요가 큰, 지적능력은 있을지언정 감정적인 부분에선 유아와 비슷한 수준인 것 같으니까요.
설정 자체가 아주 흉물스럽고 누구에게도 동정조차 받을 수 없는 존재라 어떻게 되더라도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피노키오처럼 착한 일을 하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아무튼 자신의 '짝'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하는 건 뜻밖이었고, 빅터가 두 개체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종족(자손)들이 태어날 것이 두려워서 만들다가 포기해버린 설정은 허구적이라고 하더라도 상상력이 뛰어났던 것 같고, 중요한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빅터는 그러한 결정으로 인해 가족과 친구도 모두 잃고 파멸을 맞이하지만 그로서는 그것이 최선이라 믿었을 것입니다.
이 작품이 단순한 괴기소설이었다면 고전문학으로서 인정받기는 어려웠을 것 같은데, 그보다는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고, 여러 가지 생각해 볼거리, 그리고 그 피조물을 단순한 괴생명체로서가 아니라 인격을 가진 개체로서 볼 수 있게 한 것 등이 작품성을 높인 것 같아요.
더불어 고전스러운 문체와 분위기도 현대소설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지요. 꼬딕꼬딕한 느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