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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04. 2022

<국가론>, <군주론>, <자유론>

*2017년 경에 작성한 글이라 지금의 생각과는 다를 수도 있지만 그대로 옮겨봅니다.


플라톤의 <국가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세 권을 연달아 읽었는데요, 사실 지난주까지 읽은 책들이에요. 요즘 '론' 시리즈를 계속 읽고 있는 느낌입니다만, 마치 대부업체에 대출받은 것처럼 계속 빚진 느낌이네요. 


  

플라톤의 <국가론>은 의외로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국가'를 비롯한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서 소크라테스와 제자들(그냥 주변 젊은이들 같기도 하지만) 간 논쟁을 하는데 (대화식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철학자가 국가를 통치하거나 혹은 통치자가 철학을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철학이란 것을 어떻게 배울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죠.


플라톤의 유명한 '동굴의 우상'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동굴에서 탈출해 태양빛을 보고 온 사람은 동굴로 다시 돌아와 동굴에 갇힌 사람들에게 그 태양빛에 대해서, 그리고 동굴에서 봤던 허상들이 거짓임을 일깨워줘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책이 2천 년 이상 전에 쓰인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국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은 시대가 변해도 아직 답을 구하지 못한 것 같네요. 하지만 국가 통치자라면, 적어도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때의 철학과 지금의 철학은 많이 다르지만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메디치 가문에 아부하기 위해 쓴 책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메디치 가문에 적대적이었다가 다시 메디치 가문에 아부하는 마키아벨리의 모습이 보이는데요, 헌사에서 대놓고 그런 얘기를 하고 있죠. 그래서 첫인상부터 상당히 반감이 있었습니다.


내용 또한 그 이전 여러 왕정국가들의 예를 들면서 전제군주국가 건설을 위한 방법과 왕이 갖추어야 할 덕목들, 그리고 해야 할 일들을, 통치방법들을 기술하였는데 현재의 민주주의 국가와는 맞지 않는 듯하면서도 실제로는 상당히 유사한 부분도 많네요. 대통령제 조차도 군주국가와 다를 바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튼 워낙 유명한 책이긴 한데, 내용은 좀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어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저의 생각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는 책에서 특히 '생각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는데, 생각의 자유가 모든 자유의 기본이 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개인의 자유의 보장(최대화)과 공익목적으로서 그 자유의 제한에 대해서 상당히 길게 이야기하는데요, 현대에서도 개인의 자유와 그것의 제한에 대한 논쟁이 치열한 만큼 그에 대한 그의 사상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하지만 다소 장황하고 지루한 면도 있습니다. 


그는 공리주의자로서 <공리주의> 저자이기도 한데요, 조만간 그 책도 읽어볼 예정입니다.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에는 위의 책들을 비롯해서 역사적으로 '국가'와 '사회'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제시한 이들의 생각이 잘 정리되어 있는데요, 그러한 지식들을 지식소매상으로부터 전달받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원전을 직접 읽어보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이런저런 고민이 많기에 책을 많이 읽고 있습니다만, 그런다고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진 않아도 점점 생각의 정리는 되는 듯해요.


그러면서도 저 자신에 대한 모순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모순이라기보다는 너무 많은 것들이 충돌하고 있어서 그것들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하는 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절대적으로 옮음은 없기에 상충하는 것들 간 타협과 조율이 필요하지만, 얻기 위해 무엇을 얼마나 내놓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은 지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지식을 가진 자는 많으나 지혜를 가진 자는 많지 않은 듯합니다. 그것이 신념의 부정으로 인식될 두려움 때문일까요. (혹은 이율배반에 대한 두려움이겠지요)


저 또한 지식을 가졌다는 그 자체에도 못 미침에도, 그 알량한 지식으로 다른 이들에 대한 우월감을 갖고 싶은 욕망에, 제가 그렇게 싫어하는 엘리트주의에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p.s. 소크라테스는 위대한 철학자이기는 하지만, 민주주의를 끔찍이도 싫어했습니다. 인민에 대한 믿음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어리석은 다수의 대중이 통치하는 최악의 시스템이라는 것이죠.


결국 그는 그로 인해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시민 재판관으로 뽑힌 501명의 아테네 시민 중 280명은 유죄라고 투표했고(직접적 죄목은 그게 아니지만), 형량에서는 361명이 사형에 투표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그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하네요. (이 내용은 <국가론>에 나오는 건 아니고, 예전에 읽었던 <헌법의 발견>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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