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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서 후기

옌렌커 <사서>

by 칼란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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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경에 쓴 글입니다.


옌렌커의 <사서>를 읽었습니다. 읽는 내내 힘들었네요. 그 끔찍한 광경들이 눈앞에서 그려지는 것 같아서요.


이 책의 무대는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입니다. 짐작되기로는 1967~1968년 정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장소는 지식인들의 수용소인 위신구 99 구인데 실제로 있는 곳인 지는 모르겠습니다. 가상일지도 모르겠어요. 이에 대한 검색 결과가 이 책 얘기 이외에는 안 나오더군요.


문화대혁명은 마오쩌둥이 쿠데타를 일으켜 다시 집권하면서 홍위병을 내세워 지식인들을 죽이고 수용소로 보내 탄압했던 사건이죠. 1966년부터 10년간 계속됐었습니다.


위신구 99구에서 지식인들의 삶을 아주 처절하게 그리고 있는데요, 초반부는 그래도 견딜만한 정도라고 보였는데, 중반부를 지나면서는 스스로를 지식인이라고 하면서도 이기적인 모습의 극대화로 나아가고, 후반부에선 대기근이 닥치면서 아주 끔찍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스포가 될 듯하니 자세한 말씀은 드리지 않을게요.


이를 <하늘의 아이>, <옛길>, <죄 록>, <시시포스의 신화> 네 권의 가상의 책으로 구성했는데 <하늘의 아이>는 '구술 기록' 이라고만 돼 있고, 저자는 미상입니다. <옛길>, <죄인록>은 작중 '작가'가 저술한 걸로 돼 있고, <시시포스의 신화>는 작중 '학자'가 작성한 걸로 돼 있습니다. 사실상은 <하늘의 아이>와 <옛길>이 번갈아가며 서술되고, <죄인록>은 가끔씩, 그리고 <시시포스의 신화>는 말미에 조금 나오는 정도입니다.


이야기는 99구의 127명의 지식인들 중 '학자', '작가', '종교', '음악'이라는 네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99구 지식인들을 통제하는 '아이'가 등장합니다. 아마도 홍위병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상황을 맞닥뜨린 적도 없고, 또 그럴 일도 없을 거라 생각하기에 저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들이라고 해서 자신들이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자유를 위해서, 생존을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었던 그들의 선택에, 만약 저를 대입한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많이 불편했고, 결국은 TTS로 듣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던 것이죠.


옌렌커는 중국 현대사의 비극을 소재로 작품을 많이 썼다고 합니다. <나와 아버지> 작품도 추천받았는데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의 문체는 간결하면서도 담담하고 또 강했습니다.


작년에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맨 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할 때, 이 책도 후보에 있었죠. 사실상 <채식주의자>와 최종경합을 벌였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 이 책이 맨 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더라면, 그 이후에 더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대중성은 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채식주의자>를 읽고 힘들었던 분들이시라면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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