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경에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은 실존 인물인 '파블로 네루다', 그리고 실존인물인 것 같지만 가상의 인물일지도 모를 '마리오 히메네스', '베아트리스 곤살레스'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때는 1960년대 말~70년대 초, 배경은 칠레의 산티아고 근방의 해변 마을인 이슬라 네그라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파블로 네루다'라는 인물과 1970년대 칠레 역사를 좀 더 찾아보게 되었는데요, 배경을 알고 보면 더 이해가 되더군요.
먼저 파블로 네루다는 칠레의 시인이자 정치가이자 민중운동가였는데 실제로 이슬라 네그라에 은둔하여 살았습니다. 이때 그에게 편지를 전해주던 마리오 히메네스와 우정을 나누게 되고, 파블로는 그에게 시를 가르쳐 주고, 그를 도와주어 마리오가 연모하던 베아트리스와 결혼까지 하게 해 주죠.
사실 파블로 네루다는 무겁고 어려운 시를 많이 썼지만, 일상적이고 민중의 삶을 그린 작품들도 있었는데요, 저자는 그러한 파블로의 인간적인 면과 가벼운 일상 등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는 1971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 뒷부분에선 정치적인 이야기들이 주를 이룹니다. 공산주의자인 살바도르 아옌데가 대통령이 되고,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고, 우파의 공작으로 국가는 경제적 혼란에 빠지고, 얼마 못가 군부 쿠데타로 아옌데 대통령도 죽고, 독재 정권이 이어지게 되죠.
여기에서는 사회주의자들과 사회주의에 반대하는 인물들이 함께 그려지지만 그렇다고 정치색이 강하지는 않습니다. 뭐랄까, 소설의 배경 정도의 느낌이랄까요.
소설의 결말은 무언가 애매하면서도 불길하게 끝나지만 이후의 일들을 짐작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도 그랬으니까요.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작가가 서문에서 이 소설을 쓰기까지의 이야기를 했는데, 이 소설을 마무리짓기까지 무려 14년이 걸렸다고 하네요. 그만큼 고민이 많았던 작품이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영화 <일 포스티노>의 원작이기도 한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영화가 보고 싶어 졌어요. 영화 <시네마 천국>이 연상되기도 했는데 공교롭게도 <시네마 천국>의 토토 할아버지와 <일 포스티노>의 파블로 네루다는 동일 배우더군요. ^^;;
어쨌든 재밌으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던 소설 한 편 추천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