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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04. 2022

애덤 스미스 <국부론>

<국부론>에 대한 이해와 오해

*2017년경에 쓴 글입니다.


통상 <국부론>으로 불리는 이 책의 원제는 <국가의 부의 성질과 원인에 관한 고찰; 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입니다.


이 책은 1776년에 처음 발간되었는데, 두 권으로 된 번역본이 종이책 기준으로 1200 페이지가 좀 넘습니다. 전자책에서 제가 본 설정으로으로는 1945 페이지였습니다. 물론 주석이 좀 많기도 하고, 뒤에 해설 편이 좀 길어서 그렇기도 합니다만.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학교 다닐 때 '애덤 스미스 = 국부론 = 보이지 않는 손 = 수요와 공급 법칙'만 외웠던 지라 별 내용 있겠는가 싶었는데 이건 무단 횡단하다 차에 치인 기분입니다. (물론 차에 치여 본 적은 없습니다만)


최근에 경제학 관련된 책들도 많이 읽고 있지만 <국부론> 완역본은 한 번은 꼭 읽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경제학에서는 성경과 비슷한 존재감 때문입니다.


이 책에 '시장경제의 원리'만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본, 이윤, 이자, 노동, 분업, 가격 원리, 화폐, 금융, 세금, 금은 본위제, 정치경제학, 통상, 무역, 식민주의, 공공성, 복지, 국가의 역할 등 정말 많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하나하나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게 쉽진 않네요. 다만, 각각에서 애덤 스미스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고민은 됩니다. 읽다 보면 앞에서 했던 얘기와 뒤에서 하는 얘기가 상충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거든요.


한 번 통독은 했지만 여전히 모호한 점은 남아 있고, 그것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되는 부분일 것 같아요. 그를 어떠한 사상을 가진 경제학자(당시에는 경제학자라는 개념조차도 없었습니다만)로 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말이죠. 


대체로 인식되기에, 그는 자유주의, 자본주의(당시에는 자본주의라는 용어도 없었습니다만)를 탄생시킨 인물로 생각되지만 사실 그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더 많이 보여줍니다. 


분업의 효율성은 인식하지만 그로 인한 문제점들이 많음을 지적했고, 시장 가격의 원리를 제시했지만 (가격의 결정에 대한 설명도 상당히 길고 장황합니다) 오히려 독과점의 폐해와 시장 가격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우려를 더 표명했습니다. 자본주의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중상주의를 비판하면서도, 국부를 위해 자본을 축적하고 사회가 부유화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의 확대로 이어져야 하는데, 재생산론, 그리고 임금, 지대, 이윤이라는 세 가지 요소에 대한 고찰로 각각이 생산과 가격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개념을 아마도 처음 도입하긴 했지만 초보적인 단계라 볼 수 있고, 이는 뒤에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더 혹독하게(?) 다루어지게 됩니다.


이 책은 단순히 경제영역뿐만 아니라 국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 이는 그가 공리주의적 성향을 보여주고 있고, 또 '작은 국가론'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경제학 분야에서의 '자유주의'의 창시라 할만한 부분이죠. 


그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전작인 <도덕감정론>을 읽어본다면 그의 사상에 대한 이해를 더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어쨌든 그러한 내용들이 <국부론> 전반에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240년 전에 나온 책을 읽어서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하겠지만, 이것이 경제학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가 있겠지요. 그 내용이 좋아서가 아니라, 비판을 하더라도 알아야 비판을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또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모두의 바이블이자, 그것들이 시작된 지점이라 할 만합니다.


<국부론>을 겨우겨우 완독 했더니 저 멀리에서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들고 비웃고 있네요. 이건 종이책으로 30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입니다. 완역본은 종이책으로 나온 것 밖에 없어서 세트로 구입할까 말까 고민 중입니다. 가격도 만만치 않아요.


이런 걸 보면,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그냥 애교였네요...


p.s. 시간도 많지 않은데 이런 책들을 왜 읽느냐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책들은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읽어야 할 것 같아요. 이전에 못 읽었으니까 지금이라도 읽는 거지요. 제가 경제학 전공도 아니고, 이런 지식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만, 최소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생각의 틀은 필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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