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 후기

안도현 <백석 평전>

by 칼란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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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경에 작성한 글입니다.


안도현 시인의 <백석 평전>을 다 읽었습니다. 백석 시인은 원래 좋아하던 시인이기도 했고 그의 작품들도 좋아했으나 정작 그의 삶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별로 없었습니다. 사실 백석 시인의 삶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지요. 제가 대부분의 시인이나 작가들의 작품은 좋아해도 그 삶까지 관심을 갖는 경우는 별로 없었으니까요.


제가 백석 시인에 대해서 아는 건 평안도 출신이고, 평안도 방언으로 된 작품이 많으며 월북작가로서 월북한 이후의 삶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제야 알게 됐지만 그것도 제대로 된 지식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 <백석 평전>에 대한 얘기가 좀 나오고 (TV에서도 화제가 되었더군요), 관심이 가서, 또 때마침 리디에서 할인 대여도 하고 있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냥 '전기'가 아닌 '평전'이라 작가의 주관적인 생각과 평이 많이 들어갔는데요, 이는 백석의 삶에 대한 평도 있고, 그의 작품에 대한 평도 있습니다. 단순한 평뿐만이 아니라 와전된 부분이나 오류에 대한 바로잡음도 있고, 최대한 정설에 가깝게 그의 삶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한 시인의 삶을 볼 수 있었어요. 태어나고, 자라고, 교육을 받고, 작품 활동을 하고, 사랑을 하고, 방황을 하고... 그러한 그의 삶이 드라마처럼 펼쳐집니다. 특히 사랑과 관련해서는 짝사랑, 친구의 배신, 기생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네 번의 결혼 등 참 많은 이야기들이 있네요.


솔직히, 그의 삶은 참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결벽 증세도 있고, 멋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고, 고집도 있고, 자기 멋대로인 것 같은 그런 아주 까칠하고 까다로운 사람인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면면에서도 인간적인 면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안도현 시인이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관련자들 중 생존한 분들을 인터뷰하는 등의 노력을 한 것이 보입니다. 특히 해방 이후 북한에서의 백석의 창작활동과 말년에 대한 것은 백석 시인의 삶 중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인지라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물론 작품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한 채 노동을 하며 힘든 시간들을 견뎌야 했지만요. 그리고 생각보다 꽤 오래 살았었네요.


또한 북한에서 동시, 동화시, 아동문학작품을 많이 남겼다는 점도 몰랐던 사실이고, 영문학 번역과 러시아 문학 번역도 많이 했다는 것도 몰랐던 점이었습니다. 번역가로서의 그의 활동도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 같아요.


지금의 아이돌을 보는 듯한, 도도하고 신비주의와 같던 그의 해방 이전의 모습에 비해 해방 이후 북한에서의 삶은 너무나 인간적일 수밖에 없는, 생존을 위한 것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창작활동을 일절 할 수 없게 된 이후 그는 얼마나 절망했을까요. 몰래라도 작품을 쓰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는 북한에서도 아직도 복권이 되지 못하여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해서 가장 궁금했던 점을 알게 됐습니다. 백석 시인이 왜 월북을 했을까 하는 점이었는데요, 그는 월북을 한 것이 아니라 해방 후 그냥 북한에 남아 있다가 남한으로 내려오지 못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정확하게는 월북이 아니라 재북인 셈인데요, 그의 고향이 원래 평안도이고 그의 활동무대가 대부분 평안도, 함경도, 만주 등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분단이 되고,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이렇게 분단이 고착화될 줄은 몰랐겠지요.


아무튼 백석 시인에 대한 관심이 있으시다면 추천할만합니다. 그의 삶과 작품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수작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안도현 시인이 최대한 담담하게 서술을 해서 그런지 전반적으로는 좀 건조한 느낌입니다. 그래서일까, 백석 시인의 삶에서 인간미를 느끼기는 좀 부족한 것 같아요.


더불어, 왜 삽화를 모두 추상화로 했는지 모르겠는데요, 처음엔 전자책의 삽화가 잘못된 거라 생각했어요. 뭐 작가의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작년 초쯤에 백석 시인의 <사슴> 초판본 구매했던 걸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기가 힘들어 아직 읽진 않았거든요. <백석 평전>을 읽고 나니 이 시집의 가치를 다시금 느끼게 됐어요. ^^


(예약 구매했는데 처음에 나왔던 게 제본이 잘못되는 바람에 다시 받게 되어 두 권을 갖게 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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