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 후기

알랭 드 보통 <불안>

현대인의 불안의 원인과 해법을 제시하다

by 칼란드리아
xxlarge.jpg


알랭 드 보통의 책은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으로 처음 접했고,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불안>을 다소 늦게 접하게 됐네요.


읽고 난 후 다소 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앞선 두 권의 책에서는 소설이면서도 중간중간 그의 생각들이 들어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았고 사랑과 연애, 결혼에 대한 소소한 아포리즘을 느낄 수 있었기에, <불안>은 그보다는 철학서에 가까우므로 좀 더 철학적으로 응축된, 정화된 '무엇'을 느낄 수 있을 거라 기대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현대인의 불안의 원인과 해법을 나누어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게 제시한 불안의 원인으로는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이 있으며,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를 들고 있습니다.


원인 제시는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그의 문장력을 알고 있기에 부분부분 담아두고 싶은 문장들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구성이나 끌고가는 힘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지식의 나열처럼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어요. 그런 부분에서 독자의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제가 그런 편이었습니다.


더군다나 해법으로 가면 좀 더 호불호가 갈릴 듯합니다. 좀 더 실질적인 해법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원론적인 얘기에 실망감을 느낄 것 같아요. 이 또한 제가 그렇게 느껴서 그럴 수도 있을 듯합니다. 이 책을 읽으려는 사람의 대부분은 그 불안의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을텐데 막연한 얘기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겠지요.


세상의 척도가 mm 단위인 사람에게 세상을 km 단위, 아니 그 이상의 단위로 확장해서 보라는 건 사실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인간의 관념과 형이상학에 대한 한계는 없지만, 그것이 지금 이순간 나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구체화된 형태의 철학, 예술, 종교가 된다고 하더라도 어쩌면 그것은 현실도피에 더 가깝지 현실을 정면으로 맞닥뜨릴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이라고 보긴 어렵지 않을까요.


결국 그의 글에서 위안이 되는 문구를 발견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현재의 자신을 더 나아가게 하고 견디게 하는 동력까지는 못되었다는 점이 실망감을 느끼게 한 원인인 것 같아요. 하지만 기대가 컸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사회과학논문도 아니고, 자기계발서도 아닌 철학서의 범주에 들기 때문에 그러한 틀을 바라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을 지도 모릅니다. 나중에야 이 책의 원제가 <Status anxiety>인 것을 보고 그나마 '지위에 대한 불안'에 한정되었음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 책에 대해 굴절되어버린 시각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네요.


만약 누군가 이 책을 추천한다면 저는 선뜻 추천하지는 못할 듯해요. 차라리 위안을 받고 싶다면 작정하고 그렇게 쓴 책들이 오히려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p.s. 저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거나 혹은 슬픈 책을 보는 것이 제게는 더 마음의 위안이 되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


p.s.2. 그래도 책 중간에 제가 읽었던 책들이 여럿 나와서 반갑기는 했습니다. 비록 <인간 불평등 기원론>이나 <국부론>, <공산당선언>, <자본론> 등이 이 책의 범주와 얼마나 가까울까 싶은 생각은 들었지만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