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의 초상>에 낚여 제임스 조이스라는 작가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의 대표작인 <율리시스>를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김영하 작가의 신작 중에도 이 작품에 대한 언급이 있어 궁금증이 더욱 커졌습니다. 대체 어떠한 작품이길래...
그리하여 <율리시스>를 구매했습니다. 전자책 번역본으로는 두 종류밖에 없어요. 김종건 교수 역서와 김성숙 교수 역서. 아마 종이책 완역본도 이 두 가지밖에 없는 듯해요. 김종건 교수의 역서는 4 개정판까지 나왔음에도 평은 그리 좋지 않네요. 게다가 전자책으로 나온 건 가격도 비싸면서도 PDF로 되어 있습니다.
저는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김성숙 교수 역서로 읽고 있는 중입니다. <율리시스> 번역본은 그나마 김성숙 교수의 번역본이 더 인정을 받는 편입니다. 이건 두 권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종이책 분량 1,340여 페이지, 제 전자책으로 약 2,700여 페이지에 달했던 분량이었습니다. (사진상 한 권의 분량이 1427페이지)
그래도 그림도 조금 있고 (대부분 실제 장소 촬영 사진), 각 장 서두에서 줄거리 요약 및 등장인물 소개를 해 주어서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석이 엄청나게 많아요. 거진 본문 70%, 주석 30% 정도 비율이랄까요. 그래서 체감 분량은 저것보다는 좀 적어 보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 작품은 분량이 문제가 아니라 이 작품 자체의 난해함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서 어려움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그보다 완독 하신 분 자체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만...)
그러고 보면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그나마 무난했던 작품이었군요. 계속 읽고는 있는데 저도 '의식의 흐름 기법 독서'중입니다. 작가도 자기가 뭘 쓰고 있는지 몰랐겠지만, 저도 제가 뭘 읽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ㅋ
계속 읽어야 한다는 도전정신(?)과 집어던지고 싶은 충동 간 내적 갈등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도 계속 읽히는 걸 보면 신기하긴 합니다.
다 읽고 난 소감으로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 제임스 조이스 작품에 대한 입문 편 정도라면, 이 작품은 본격 심화 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읽는 내내 제임스 조이스가 '천재'이자 '미친놈'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거든요. (이보다 더 극악한 수준이 있다고 하지만, 제임스 조이스는 여기까지만 읽을래요)
원문으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싶어 틈틈이 원문 내용을 같이 보긴 했는데요, 도저히 제가 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더라고요. 특히나, 18장 '페넬로페'편에서 100 페이지 넘게 하나의 문장처럼 이어지는 몰리의 독백 원문은 가히 '미쳤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번역에서는 어쩔 수 없이 마침표만 안 찍고 문장을 끊어서 할 수 밖에는 없었지만요.
비록 번역하는 과정에서 원문의 그 맛(?)이 많이 사라졌지만 그 덕분에 그나마 좀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성숙 교수가 55년을 바쳐 연구하고 번역한 것이라고 하는데 각 장마다 문체가 정말 달라서 마치 여러 편의 단편을 읽는 느낌이었는데 그것마저 살려내려고 애쓴 것이 보이거든요.
게다가 각 장 첫머리에 줄거리 요약 및 해설, <오디세이아>와의 대응되는 내용, 등장인물 소개 등이 제시되어 이해를 도와준 것도 있어요. 게다가 어마어마한 주석의 양 또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주석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정말 연구를 많이 했구나 싶었어요.
이 책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모티브로 해서 그에 대응되는 상징적 존재들(인물, 장소, 상징물 , 사건 등)로 이루어져 있어요. 각 장은 <오디세이아>의 장과 대응되지만 순서대로는 아니고, 또 완전히 대응되지도 않습니다. <오디세이아>를 워낙 예전에 읽어서 다 기억은 못합니다만, 이 작품에서 상징성을 파악하기가 쉽진 않았어요. 각 장 첫머리의 해설이 아니었다면 왜 각 장에 그러한 부제가 붙었는지 알기 어려웠을 거예요.
게다가 이 작품에는 총 105명의 등장인물이 나옵니다. 그냥 한 번 나오고 마는 인물이 대다수이긴 하지만 등장인물이 워낙 많다 보니 스토리가 머리에 잘 안 들어오는 것도 있어요. 하긴, 스토리 자체는 단순한데 읽고 있으면 정말 머리에 남질 않아요. 그의 말장난, 그리고 끝도 없이 늘어지는 생각들, 잡다한 지식들, 외설스러운 표현들...
그런데도 의외로 재밌었습니다. 생각보다 잘 읽혔어요. 우려했던 것보다 사악하진 않은 듯해요. 물론 한 번 읽고 나서 이 작품을 읽었다고 말하기는 부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초독일 지언정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관심을 가지셨던 분들께선 겁내기보다는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p.s. 이 작품의 만화버전, 아동용 버전도 있다고 하는데 대체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합니다. 도저히 아동용으로 만들 수 없을 것 같은데 말이죠. 난해하기도 하지만 19금 장면도 많은데... ㅋ
p.s.2. 마지막 장의 한 문장으로 이어지는 원문을 맛보기로 보여드리면 이렇습니다.
Yes because he never did a thing like that before as ask to get his breakfast in bed with a couple of eggs since the City Arms hotel when he used to be pretending to be laid up with a sick voice doing his highness to make himself interesting for that old faggot Mrs Riordan that he thought he had a great leg of and she never left us a farthing all for masses for herself and her soul greatest miser ever was actually afraid to lay out 4d for her methylated spirit telling me all her ailments she had too much old chat in her about politics and earthquakes and the end of the world let us have a bit of fun first God help the world if all the women were her sort down on bathingsuits and lownecks of course nobody wanted her to wear them I suppose she was pious because no man would look at her twice I hope Ill never be like her a wonder she didnt want us to cover our faces but she was a welleducated woman certainly and her gabby talk about Mr Riordan here and Mr Riordan there I suppose he was glad to get shut of her and her dog smelling my fur and always edging to get up under my petticoats especially then still I like that in him polite to old women like that and...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