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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04. 2022

재레드 다이아몬드 <나와 세계>


*2017년에 썼던 글이라 지금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번 <어제까지의 세계>를 읽은 김에 예전에 사두었던 <나와 세계>도 마저 읽었습니다. 원래 제목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인데 너무 길어서 그냥 <나와 세계>라고 할게요.


이 책은 다이아몬드 교수가 최근에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제까지의 세계>가 출간된 이후인 것 같습니다) 로마 루이스 대학에서 교수와 학생들을 상대로 일곱 번에 걸쳐 강의를 했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그런데 그 강의 내용은 전작 <총, 균, 쇠>,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에서 대부분 다뤘던 내용들이라 요약하는 의미 정도인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쉽게 읽히지만 그만큼 깊이도 없습니다. 책에서 이미 들었던 예들을 그대로 들고 있고, 새로운 내용은 없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인류의 당면과제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대답을 하는데 그게 좀 허탈합니다. 저자는 현재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로 국가 간의 불평등 심화, 환경자원의 부족 및 환경훼손의 심화, 기후변화를 들었습니다. 물론 중요한 이슈들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 불평등 해소방안, 환경자원 관리 문제 등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려고 했지만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는 것 같습니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말인데, 그가 그러한 권위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나 싶고, 그 역시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뿐 정책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특히 그가 미국인으로서 그러한 문제의 중심에 있는 국가의 국민이라는 점이 딜레마를 느끼게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더라도 그와 같은 저명인이 지속적으로 그러한 것을 강조하고, 다른 사람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면, 그러한 이슈를 좀 더 생각해보게 하는 효과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전작과 같은 다소 어렵고 지루한 책보다는 이러한 쉬운 책 한 권 (그렇다 쳐도 그의 명성에 기대어 판매해보려는 마케팅 전략임이 보이더라도) 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나 이 책은 한국 독자들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서문을 비롯하여, 본문에서 한국과 북한에 대한 이야기가 꽤 많이 나옵니다. 로마에서 강의를 해서 그런지 이탈리아를 의식한 내용도 있긴 하지만요. 그렇다고 해서 그가 한국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이것 역시 출판사의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뿐입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본문에는 글자 및 쓸데없는 박스 문장(한 페이지 가까운 크기로 박스 안에 한 줄씩 문장을 넣은 것), 혹은 챕터별로 챕터 제목을 편집해 넣은 정성과 대조적으로, 그림이나 표 하나 없다는 점입니다. 그로 인해 뒷받침되는 내용이 참 빈약해졌습니다. 레퍼런스 역시 아주 적고요. (상당수는 그의 저서들이기도 하지만요) 의도적일 수도 있겠습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책들의 중심적인 내용을 간략하고 쉽게 이해할 목적 정도로 읽어볼 수는 있으나 깊이는 기대하지 마시고, 그냥 대가의 강의를 들었다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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