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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04. 2022

장강명 <열광금지 에바로드>

*2017년경에 작성한 글이라 지금 상황과는 다릅니다.


제가 에반게리온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996년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군 복무 중이었는데, 우연히 에반게리온을 알게 되어 휴가 나왔을 때 비디오 대여점에서 10편으로 된 국내판 비디오를 빌려보았죠. 


국내 정발 된 작품이긴 했으나 원작과 많이 달랐어요. 삭제된 장면도 많고, 아이들용으로 편집되어 원작을 알았더라면 실망스러운 부분도 많았을 것입니다. 오프닝곡 <잔혹한 천사의 테제>는 우리말로 개사하여 불렀지만 엔딩곡인 'Fly me to the moon'이 없는 건 나중에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에바에 빠지게 되어 휴가 때마다 '뉴 타입'을 사고, 에바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스크랩했습니다. 군대에서 에바 덕질을 시작한 셈입니다.


이후 일본판 TV시리즈 동영상을 구하게 되어 다시 보았고, 그 뒤에 나온 <Death&Rebirth>, <End of Eva>도 보았습니다. 용산에서 불법 CD로 구한 것이긴 한데 심지어 극장에서 상영되는 것을 그대로 캠으로 녹화한 것이었지요. 그 당시에는 그런 것들이 많았습니다. (네, 저도 불법에 동조한 것 알고 있어요)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신 극장판이 개봉한다는 소식에 저는 극장에서 <서>, <파>를 각 두 번씩 보았습니다. <파> 개봉 때는 영등포에 있던 스타디움관에서 특별상영하는 것도 보았죠. 에바 덕후들이 그렇게 많이 모인 것은 처음이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Q>가 개봉했을 때는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차마 아내에게 영화 보러 다녀오겠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결국 극장에서는 보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후에 블루레이 정발 됐을 때 보게 됐죠.


지금은 TV판, 이전의 두 편의 극장판은 DVD로, 그리고 신 극장판은 블루레이로 소장하고 있습니다. 다들 최소한 서 너번 이상은 본 것 같아요. 또한 이제야 완결된 코믹스도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있죠.


이젠 남은 <다 카포>를 기다리고 있는데 개봉이 계속 늦어져서 언제쯤 개봉할지 모르겠네요. 정말 10년을 채우려나 봅니다. 올해도 개봉이 불투명한 상태고요. 아마 저 같은 에바 덕후들도 기다림에 익숙해졌을 것 같지만요.


에바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그러한 에바를 소재로 한 소설이 있었습니다. 장강명 작가의 <열광금지, 에바로드>인데요, 사실 장강명 작가의 작품 중에서 가장 먼저 알게 된 것이 이것이었습니다. 연합뉴스에서 주최한 제2회 수림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데 연합뉴스에서 책으로 출간하였습니다. 읽고 싶었지만 전자책으로 나오지 않아 기다리다가 결국엔 종이책으로 주문했어요. 사실 구매한 건 작년이었죠. ^^;;


책의 내용은 실제로 에반게리온 월드 스탬프랠리에 참가했던 주인공들을 모티브로 해서 가상의 인물을 만들고 그들의 어릴 때부터의 삶과 랠리의 내용을 그린 것입니다. 실제 랠리에 참가했던 사람은 이종호와 박현복인데, 이 두 사람을 합해서 박종현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었지요.


작가는 기자 시절에 이 두 사람에 대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고, 그것을 소설로 써보고 싶어서 다시 두 사람의 동의를 구하고 인터뷰를 하여 이 작품을 내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종호와 박현복은 실제로 랠리에 참가하면서 <에바로드>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 영화는 책에서도 똑같이 나옵니다. 책을 읽고 나서 그 영화도 구매해서 보았습니다. 책의 내용과 거의 유사합니다. 근데 실제라서 그런지 책 보다 더 와닿았어요.


사실 책은 실제 70%와 허구 30% 정도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주인공의 삶 부분에서 허구가 많이 가미된 것 같습니다. 이는 단순히 그 랠리에 참가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열악한 환경을 해쳐나가는 주인공에 더 가중치를 주기 위한 것처럼 보입니다. 


어찌 보면 이 소설은 한 덕후의 이야기면서도 청춘들,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가 일반화되어 가는 것입니다. 마치 각자의 AT 필드를 찢고, 서로 간의 장벽이 없어져 LCL의 바다에서 한 덩어리가 되는 것처럼 말이죠. 물론 그게 '인류 보완'은 아닙니다만.


장강명 작가의 스타일은 이미 그의 작품들을 다 읽었기에 익숙하지만, 그의 초반 작품이라 다소 서툰 느낌은 있습니다. (그의 소설들이 뒤로 갈수록 조금씩 더 다듬어지는 느낌이 있거든요) 하지만 그 자신이 SF 덕후이자 에바 덕후라고 밝힌 바 있는 만큼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할 것입니다.


각 챕터는 에바에서 차용한 대사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어느 장면에서 나왔는지 대충 생각이 납니다. 또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이해가 잘 된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주석이 조금 달려있긴 한데 오히려 주석이 없는 게 나았을 정도니까요. 


아무튼 이 작품은 알고 계신 분이나 관심이 있는 분이 적겠지만 에바 덕후, 혹은 아니메 덕후라면 공감을 갖고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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