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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04. 2022

장강명 작가의 작품들

*2017년에 쓴 글이라 당시 기준입니다.


올해 알게 된 작가 중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장강명 작가의 신작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읽었습니다. 줄거리는 검색해보시면 대충 아실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기대감을 갖고 읽어서 그런지 실망감이 더 크네요. <댓글부대>를 읽을 때 보다 현실감과 몰입도가 떨어졌고, <한국이 싫어서>를 읽을 때와 같이 와닿는 게 별로 없었습니다. 


혹시 '작계 5029'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셨을지 모르겠는데요,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작계 5027'은 아실 테지만) 이는 북한 정권의 붕괴 시 한미 연합사령부(사실상 미군)의 개입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직 정확한 실체가 나온 건 없습니다. 군사기밀이기도 하지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북한 정권이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저 역시 그 정권이 붕괴된 이후에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 막연하게만 생각해 왔었는데 이 소설의 설정처럼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통일 이후의 한국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이 더 듭니다만)


작가가 그 설정에 대해서 전문가들 및 탈북민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나름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애를 쓴 것 같기는 합니다만, 어디까지나 소설의 설정을 위한 가능성을 보기 위한 정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가,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는 게 너무 어색하고 작위적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말투, 행동, 생활 등등이 그러했고, 심지어 말레이시아 여군 장교 역시 그러한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공동경비구역 JSA'의 UN군 장교 역할의 이영애 씨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굳이 북한이라는 설정으로 하지 않아도 국내를 배경으로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스토리인 것 같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무적의 1인 주인공' 스토리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나 봅니다. 잭 리처 시리즈에 별로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것도 그래서인 것 같은데요, 장리철이라는 주인공에 대해서도 그렇게 '와~' 하는 느낌이 들지 않았으니까요. (이 역시, 저는 혹독한 군사 훈련을 통해 인간이 그 정도의 살인무기가 될 수 있다는 설정을 그다지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소설의 전개 역시 다소 식상한 면이 있고요. 영화나 다른 소설들에서 본 것 같은 그런 익숙함들의 나열.


결국, 이 소설은 제겐 설정이나 인물, 그리고 전개되는 것 등등이 매력적인 요소가 별로 없는 그저 그런 페이지터너 같은 소설이 되어버려서 아쉬웠습니다.


장강명 작가가 다작을 하고 있는데 뭔가 이런 식이라면 작가로서의 리소스를 금방 고갈시켜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네요. '소재주의 작가'가 되어버리지 않을까 싶은 우려도 함께요. 


아무튼, 신작에 대해서 안 좋은 얘기를 하는 건 좀 그렇지만, 저는 제 돈 주고 구입한 거니까 솔직하게 써 봅니다. 다만, 저는 여전히 장강명 작가에 대한 기대감은 갖고 있고, 그 기대가 컸던 것에 못 미쳤던 것이라 그런 것이니 다른 리뷰도 함께 참고하셨으면 해요~ ^^;;


몇 번 언급은 했던 것 같은데요, 올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작가인 장강명 작가의 책을 두 권 더 읽었습니다.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표백>과 에세이집인 <5년 만에 신혼여행>입니다.  


<표백>은 관심은 갖고 있었으나 손이 가진 않았는데 의외로 그다지 평은 좋지 않은 듯하여 더 호기심이 생겨서 읽게 되었습니다. 장강명 작가가 전업 소설 작가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했던 소설이기도 한데 그래서인가, 여러 가지 애를 쓴 흔적이 보입니다. 



세연의 시점에서 쓴 '잡기'와 주인공의 시점에서 본 사건의 진행이 병렬식으로 진행되고, '잡기'에서는 다시 다른 글들에서 인용한 글들로 시작하고... 어찌 보면 그렇게 3단의 구성이 계속 이어집니다. 이런 구성도 흔해져서 그런지 색다르진 않지만, 사실 저는 이런 구성을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자꾸 흐름이 끊기게 되거든요. 


물론 두 사람의 생각을 대차 비교해가며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그것은 소설 속에서 인물의 내적 갈등이나 심리를 치밀하게 그리지 못한 것을 보완하려는 장치에 불과하고, 어쩌면 의도된 불편함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더군다나 세연의 글에선 초반에는 인물들이 실명이 아닌 별명으로 제시하고 있어서 궁금증이 생기면서도 이게 뭔가 싶었더랬죠.


아무튼 내용은 사회문제, 청년들의 좌절과 불안, '자살'을 다룬 것인데 결말 부분이 좀 아쉽습니다. 사실은 공감대를 끌어내는 힘도 다소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여기에서 파생된 이야기는 이후에 <한국이 싫어서>와 <댓글부대>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은 <댓글부대>와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인터넷 사이트를 소재로 다룬 것도 그러했지요. 그가 정치부, 사회부, 산업부 기자를 해서 그런가 그런 사회 문제에 대한 부분들을 좀 더 알고 있었을 거라는 추측은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설의 초중반부까지는 느낌이 손아람 작가의 <디마이너스>와 비슷한 것 같은데 문체라든가, 분위기는 아무래도 손아람 작가가 좀 더 나았던 것 같아요. 장강명 작가의 초기작이라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다소 서툴고 거친 느낌이 남아 있네요.


만약 제가 40대가 아니라 20대, 30대 초반이었다면 이 작품에 대해 어떤 느낌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0대라고 해서 공감을 할 수 없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경제성장의 수혜자이자 여러 면에서 막차를 탄 것 같은 세대인 지라 어찌 보면 저 이후의 세대들이 보기엔 그냥 운이 좋았던 시기에 태어나서 별 어려움 없이 자라나 사회의 기득권층에 편입된 세대일 뿐, 현재의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공감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그렇다고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제 또래 집단으로 봐도 그렇습니다. 저희 세대라고 해서 경쟁과 힘겨움이 없었겠습니다만, 사회적인 구조나 분위기 자체가 달랐으니까요. 그러한 한계를 작가도 부정할 수는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쯤에서 나이밍아웃을 할까 봅니다. 짐작하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저는 장강명 작가와 같은 나이입니다. 같은 해에 태어나 같은 해에 대학에 들어갔고, 거의 비슷한 것을 겪으며 지내와서 그런지 더 관심이 갔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력도 저와 비슷하게 공대를 나와서 신문기자를 했네요. 


저도 공대를 나오긴 했지만, 신문기자가 목표였습니다. 대학 때는 동아리로 공대신문사 기자 및 편집장도 했었고, 졸업 후 신문기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했었지요. 하지만 군대 다녀온 후 IMF 상황과, 신문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와 회의감 등으로 인해 그냥 공부를 계속해서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네요. 그래서인가, 제가 갔을 다른 길을 가상 체험하는 것처럼 장강명 작가에게 더 관심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저도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시나 소설을 쓰고 싶었거든요. 이건 지금도 포기하지 않은 꿈인데 그가 작가의 말에서 저 같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더군요. 직장인으로서 작품을 쓰고, 등단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그래서 저도 다시 글쓰기를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장강명 작가는 여러 공모전에서 수상을 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표백>으로 2011년에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약 5년 간 10편이 넘는 작품을 냈고, 그중 반 정도가 공모전 수상작이네요. 그전까지는 경제적으로 어려움도 있었고, 전업 작가로서의 삶도 불투명했을 텐데 그로 인해 많이 알려지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는 <5년 만에 신혼여행>에서 일부 드러났습니다. 아내와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것이 <한국이 싫어서>였군요. (그 주인공이 아내를 모티브로 한 것이라네요) 



<5년 만에 신혼여행>은 두 사람의 여행기인데 뭐랄까, 낭만적이라기보다는 너무 현실적인 여행기였네요.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 생활을 한 지 5년이나 지나서, 공모전 수상으로 상금이 생겨서 첫 해외여행을 떠나게 된 두 사람. 하지만 두 사람 다 '실용성', '가성비'를 따지며 어찌 보면 약간 궁상맞게 여행을 다녀오는데요, 그래도 두 사람의 마음이 맞으니 그런 것도 괜찮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5년 전에 신혼여행을 다녀온 생각이 났고, 얼마 전에 5년 만에 아이와 함께 첫 해외 가족여행을 다녀온 생각이 났습니다. 결혼을 준비하던 과정, 신혼여행, 결혼생활,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서 그 상황이 너무나 잘 보였어요. (한편으론 이런 걸로도 책을 쓸 수 있구나 싶었죠)


사실 저는 신혼여행도 그랬고 가족여행도 그랬지만 대부분 아내가 원하는 대로 했고, 금액적인 부분에 대해선 여력이 되는 한에서 너무 궁상맞게 하진 않으려 했거든요. 정작 한 건 별로 없지만요. 그렇다고 호사스럽지도 않고, 그러고 보니 저도 어느 정도 가성비를 생각할 수밖에 없긴 했네요.


중간중간 작가의 생각들, 말들이 함께 있지만 어떤 것은 공감할 만했고, 어떤 것은 생각의 차이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것이더라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고, 자신의 결정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겠지요. 상대적인 것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는 것이고, 각자의 생각대로 살아가는 것이지요.


아무튼 그냥 꽁냥꽁냥 달콤 쌉쌀한 이야기였네요. 제가 보라카이를 가 보았더라면 더 재밌었을 런 지도 모르겠지만요. ^^;;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은 여섯 번째 읽은 그의 작품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책이 가장 좋았어요. 



제가 장강명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다소 오해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가 소재주의 작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런 글도 쓸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건 이런 식이거든요. 아마 작가를 알려 주지 않고 읽으라고 했더라면 작가를 맞추진 못했을 거예요.


근데 내용이 좀 안타까워요. 사랑 얘기인 줄 알았는데... 사랑 얘기는 맞긴 하는데... 뭐랄까, 다 읽고 나서도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그 뭔가가 남네요. 이걸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이 있으면 좋으련만 이젠 표현력도 딸리나 봐요. 나중에 다시 읽어보고 싶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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