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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04. 2022

프란츠 카프카 <변신> 외


*2018년에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은 카프카의 장단편집으로 <변신>을 비롯해서 일곱 편의 중단편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름은 너무나 익숙했지만 그의 작품세계는 짧은 몇 작품으로만 접했을 따름이어서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작인 <변신>은 고등학생 때 처음 읽었고, 그 뒤에 어디에선가 한 번을 더 읽었으니 이번이 아마도 세 번째 읽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도 그의 다른 작품이 같이 수록된 것을 읽긴 했지만, 이 작품 이외에는 기억이 안 나네요. 


결론적으로, 그는 저와 코드가 잘 맞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 작품들이 재밌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작품 하나하나가 음울하면서도 때론 블랙코미디 같은 면도 있는 것이 참 특이한 재주가 있는 것 같아요. 상황이 어처구니없고 음침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헛웃음이 나거나 실성 비슷한 느낌을 받는 그런 거랄까요? 정확히 뭐라 설명은 안 되네요. 아무튼 난해하지만 그 가운데 뭔가 이해가 될 것 같은 그런 간질간질한 느낌이 있었어요.


저는 작품들 중에서 <변신>이외에도 <유형지에서>와 <단식광대>가 특히 좋았습니다. <시골의사>도 재밌긴 했는데 앞의 세 작품만큼은 아니었네요.


<변신>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또 새롭더군요. 번역이 달라서 그랬을지, 아니면 이전에 읽은 것들이 그나마도 축약된 버전이어서 그랬을지 혹은 제 기억력의 한계일지 모르겠지만 또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선 그냥 '벌레'로 번역돼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저는 그동안 지네 같은 절지류를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이 책에선 '갑충'으로 번역돼서 사슴벌레 같은 녀석이라고 생각하니 그것부터 다른 느낌이었네요. 


제가 군대 갔을 무렵, '내가 없어져도 세상은 그대로 돌아가고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잘 살겠지?'라고 생각하며 이 작품을 떠올렸었거든요. 일기장에도 이 작품과 연관 지어 그렇게 썼던 생각이 납니다. 


근데 이번에 읽으면서는 아서 밀러의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이 떠올랐어요. 서로 비슷한 내용도 아니지만, 생계를 책임지고 있던 사실상의 가장의 존재가 없어졌을 때 남은 가족은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서 그랬나 봐요. 저도 외벌이 가장이기도 해서 그랬나 봐요. 그런데 잠자가 죽고 나서 오히려 다른 가족들은 더 생활력이 생기고 소풍을 간다는 결말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유형지에서>는 다소 끔찍하긴 하지만 그 장면을 상상하면서 읽었어요. 중세 고문기구도 생각나고, 인간의 잔인함에 대한 생각도 들고, 얼마 전에 읽었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의 내용도 떠올랐어요. 아, 이 작품 추천하고픈데 다른 분들은 성향이 전혀 다를 듯하여... ㅋ


<단식광대>에서 '단식'이 뭘까 궁금해하며 봤는데 설마 그 단식일 줄은 몰랐어요. '단신'을 다르게 표현한 건가, 아니면 혼자 하는 방식이라서 '단식'이라고 한 건가 싶었죠. 아무튼 황당한 내용이긴 한데 결말이... 이걸 기발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당혹스러우면서도 또 와닿네요. 쓰고 신 음식을 먹었는데 뒷맛이 뭔가 약간 달짝지근한 그런 느낌이랄까요.


그 이외에도 다른 작품들은 흥미는 조금 떨어졌지만 그래도 평이한 수준은 되었습니다. 아, <관찰> 읽을 때는 '이게 뭔가' 싶긴 했어요. 언제쯤 가야 스토리가 나오는 건가 하면서 말이죠. 산문집이란 건 나중에 알았어요. 뭐 몇 작품 읽고 나선 그냥 이런 식으로 나열만 되는 건가 보다 싶긴 했지만요.


이 책은 단편이 모인 단편집이 또 모인 작품집이라 다소 혼동이 있을 수 있는 구조인데요, 그 단편집 안의 단편들은 연결이 돼 있는 듯하면서도 또 독립적이고, 그 자체는 뭔지 이해하기 어려운 그냥 '단어의 나열' 같은 느낌조차 듭니다. 하지만 그 단편들이 각각 '인간'이라는 주제에 대한 관찰 혹은 고찰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을 듯해요. 그는 인간의 모습을 작품에 담고 싶었고, 특히 현대인의 나약하고 맹목적이며 또한 냉소적이면서도 모순적인 모습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계속 미뤄두고 있었던 그의 장편 <소송>이나 <성>도 조만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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