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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Oct 04. 2022

쥘 르나르 <홍당무>


*2017년에 쓴 글입니다.


<홍당무>를 다 읽었습니다. 비룡소판 전자책으로 읽었어요.


초등학생 때 전집에 있는 걸로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그림은 동일했고 내용도 아마도 거의 같지 않았나 싶어요. 신기하게도 처음 읽을 때부터 내용이 다 기억이 나더라고요. 마치 얼마 전에 읽었던 것처럼요. 몇 개 에피소드는 잘 기억이 안 나는 것도 있었지만 이 정도로 기억이 잘 나는 건 별로 없었는데 아무래도 어렸을 때 읽은 이 책이 저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었나 봅니다.


가족의 이야기가 나오는 작품을 보면 저도 어쨌거나 가족의 일원으로서 감정이 이입되는데요, 아들로서, 오빠로서,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그렇게 관계에 따라 다르게 생각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모자관계, 부자관계, 형제관계가 이상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사실 부자관계나 형제관계는 그리 특이하지는 않고 모자관계가 다른 관계들보다 기이하게 보이기는 합니다. 홍당무의 형이나 누나는 아무래도 부모의 사랑을 좀 더 차지하고픈 마음 혹은 강자의 편에 서고픈 마음이 더 클 테니까요.


홍당무는 여러 면에서 애정결핍 증상을 보이는데요, 아마 유아기 때부터 이어져온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르픽 부인도 아마 산후우울증이나 육아 우울증 같은 게 있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첫째나 둘째는 그래도 어찌어찌 키웠지만 막내가 특히 더 예민했을 수도 있고요. 어쩌면 막내를 낳은 이후로 집안 살림이 더 어려워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성격 자체가 그런 편인 것 같고요.


부부간에 문제가 있다는 점도 보입니다. 결국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서로의 관계로 인한 문제가 다른 관계로 전이되니까요. 그 안에서 돌고 도는 것이라 어디에 선가는 해소가 되어야 하는데 쌓이고 쌓이면 남보다 못한 가족이 될 수도 있는 거죠.


홍당무가 장난이 심하고 잔인한 부분도 있는 건 낚시와 사냥을 하면서 그런 것에 익숙해진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본인은 그것에 대해서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두더지나 고양이 얘기는 좀 충격이긴 했지만요)


홍당무는 과연 커서 어떻게 되었을까요? 뒷얘기가 궁금해지기는 하지만 그러한 것은 작가의 삶에서 유추해봐야 할 것 같아요. 특별한 것은 없었을 거라 생각되긴 합니다. 


좀 더 두드러져 보이긴 했지만 홍당무가 당시 다른 아이들에 비해 아주 특이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으니까요. 다들 그렇게 살았을 거라 생각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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