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 후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칼란드리아 Oct 04. 2022

온다 리쿠 <꿀벌과 천둥>

*2017년에 작성한 글입니다.


"2017년 제14회 서점대상 1위. 2017년 제156회 나오키상 수상"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수식어입니다. 그만큼 일본에서도 인기를 얻었고, 국내에 번역본이 출간되기 전에도 입소문을 얻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의 우리말 번역본 판권 경쟁도 치열했다고 합니다. 마케팅 홍보문구이긴 하지만 그러한 수식어가 굳이 붙이지 않아도 이 작품은 재미있습니다. 


저는 전자책으로 읽었는데요, 종이책 기준 700페이지여서 두께감이 있지만 읽기 시작하면 몰입감이 상당합니다. 페이지도 부담 없이 잘 넘어갑니다. 편집이 빡빡하지 않고 다소 여백을 많이 준 것도 그러한 역할을 합니다.


제목이 왜 <꿀벌과 천둥>인지는 작품 속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작품 중 한 명의 주인공인 가자마 진이 '꿀벌 왕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어서 아마도 그가 꿀벌을 상징하는 것 같고요, 천둥이란 자연의 힘을 드러내는 상징이기도 한데 미약한 존재인 '꿀벌'이 천둥과 같은 소리를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대비를 이루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이야기하면 스포가 될 것 같아요.


이 작품엔 주인공급이 네 명이 등장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가자마 진, 에이덴 아야, 다카시마 아카시, 마사루 카를로스 레비 아나톨입니다. 그리고 그 외에도 많은 콩쿠르 참가자들과 심사위원들의 이야기가 짧게 나오기도 합니다만 이 네 사람의 이야기가 주로 이어지죠.


독자들 사이에선 서로 응원하는 연주자가 있어서 편이 갈리기도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다카시마 아카시를 응원하고 싶었죠. 어차피 서브급이라는 걸 알면서도요. 그래도 그 역시 나름 좋은 결과가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듯이 이들도 각자의 사연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콩쿠르에 참여한 것이지요. 단순히 콩쿠르에 참여하고 연주를 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 서로의 관계를 통해 좀 더 입체적이고 상호보완적인 구도를 만들어나갑니다. 그로 인해 각자가 극복해내야 할 부분들을 이겨내게 되죠. 그런 면에서 해피엔딩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경쟁하는 구도에서는 순위가 매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전형적인 모습이죠. 이 작품은 콩쿠르라는 한 가지 주제, 그리고 거기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최종적으로는 순위가 매겨지기 때문에 긴장감이 생기지만 그 정도가 심하진 않습니다. 클라이맥스라고 할만한 부분도 딱히 없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그럼에도 재밌습니다. 전형적인, 익숙한 설정이면서도 구성이 탄탄하기 때문이겠죠. 작품 속으로 들어가 콩쿠르를 다 보고 온 느낌마저 듭니다.


이 작품은 다른 작품을 연상시키는데 저는 <피아노의 숲>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코믹스이긴 하지만 이 작품과 가장 비슷한 분위기이기도 합니다. 영화 <어거스트 러쉬>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어떤 분들은 <노다메 칸타빌레>를 얘기하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천재 음악가나 연주자가 나오는 작품들은 자칫 식상해지기 십상인데 <꿀벌과 천둥>은 여러 등장인물들을 등장시키고 그들 간의 관계, 그리고 균형을 잘 잡음으로써 그러한 것이 과하지 않도록 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일본 작품에서 많이 보이는 다소 과장된 부분들이 좀 아쉽습니다. 천재들의 이야기, 연주 등 다소 비현실적인 부분들도 있었죠. '호프만이 남기고 간 기프트'라는 표현도 좀 오글거리기도 했어요. 


연주에 대한 묘사도 그렇습니다. 그것이 음악을 보는 것처럼 느껴지게 할 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상상 속으로 그저 끌려가 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다소 과잉이라 느껴지기도 해서, 과유불급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작가가 그 부분에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고 공을 들였지만 저는 좀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본선이 끝나고 갑자기 순위가 발표됩니다.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말이죠. 순위는 납득할만합니다. 


이 작품에는 다양한 곡들이 등장하는데 그중에는 클래식곡도 있고 재즈곡도 있습니다. 클래식, 특히 피아노 연주곡들을 잘 알고 있다면 좀 더 이해가 잘 될 것 같아요. 저도 클래식과 재즈를 좋아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곡들은 아는 곡이었습니다. 그러한 곡의 제목들이 작품의 소제목으로 쓰이기도 해서 반가웠습니다. 음악 용어들도 알고 있다면 좀 더 이해가 될 것 같아요. 


이미 이 작품에서 나온 곡들을 모음집으로 만든 CD도 발매되었다고 하고, 유튜브 등에서도 연주곡 리스트들을 들을 수 있다고 하니 같이 들으면서 읽으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J.M.바스콜셀로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