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 후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칼란드리아 Oct 04. 2022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2017년에 작성한 글입니다.

나쓰메 소세키. 워낙 유명한 작가고, 이 작품 역시 유명하기에 언젠가는 읽어봐야지 하다가 맘 잡고 읽게 되었습니다.


지루하고, 산만하고, 저와는 영 안 맞는 것 같은 데다 다른 분들께서 뒤로 갈수록 더하다고 하시기에 절망감을 느끼며 읽었죠. 그런데 그렇게 기대감이 없어서인지 의외로 또 읽을만하기는 했습니다.


이 책이 애초에 기획을 하고 쓰인 것도 아니고, 그냥 가볍게 읽을 정도의 연재물을 엮어 낸 거라 짜임새라든가 플롯, 흐름에 대한 기대를 하기는 어렵지만 그냥 챕터별로 소소한 재미 (그것도 코드가 맞다면)를 느끼는 정도에서 만족해야 할 것 같아요. 


몇 명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몇 가지의 주요 에피소드가 등장하지만 사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몇 개의 잠언(!)은 건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이것저것 설명해주는 것도 있고, 잡지식도 조금 얻을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당시 일본의 시대 배경을 안다면 더 재밌었을까요. 하지만 러일전쟁 직후였고, 메이지유신 시대인 데다 곧 한일합방으로 이어질 시대라 생각하니 씁쓸하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논란이 될 만한 부분들도 보이고요.


그리고 고양이가 어떻게 '신'과 같이 모든 걸 다 아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자신은 '독심술'을 아는 고양이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하는 게 뭐 굳이 고양이였나 싶기도 해요. 아무것이나 갖다 대입해도 될 것 같아요. 이런 식이라면 하다못해 '나는 지렁이로소이다'라고 해도 상관없을 것 같은...


하지만 결론은 좀 충격적이었어요. 작가가 어지간히 쓰기 싫었나 봅니다. 아니면 연재를 끝내고 싶었을는지도요. 


고전이긴 한데 이걸 고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동안 읽었던 고전과는 또 다른 느낌인지라... 어쩌면 고전에 대한 선입견을 벗어나게 해 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근데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라는 소설이 계속 연상되는 거 있죠. 비슷한 느낌인 것 같아요. 둘 다 멘붕. 하지만 차라리 <밤은...>이 더 재밌는 것 같은 생각입니다.


p.s. 책을 다 읽고 나서 작가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한 번 불러보았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온다 리쿠 <꿀벌과 천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